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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이 Sep 03. 2020

지혜와 삶의 방향성



무지함과 무식함의 차이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둘 다 아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동일하다. 하지만 한자어인 만큼 그 뜻을 풀어보면 무지(無知)는 '지(知)', 즉 사물의 시비를 판단하는 작용이 없다는 것이고 무식(無識)은 '식(識)', 사물의 시비를 판단하는 작용과 함께 '사물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마음의 작용'도 없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원전 273~192년경의 고대 그리스 지리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가 처음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했고, 마젤란이 세계 최초로 세계 일주에 성공하며 그 사실을 증명했기에 우리는 그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시대의 사람들은 무지한 것일까, 무식한 것일까? 


무지함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하나의 종속변수가 될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듯,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에는 지식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에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배움이 부족하다면 개인의 잠재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의견에 끌려다니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아는 것만 많은 사람은 어떨까. 대한민국 교육을 가장 잘 나타내는 '주입식 교육'이라는 단어를 통해 살펴보자. 수능이 묻는 답은 정해져 있고, 그래서 우리는 그 답을 찾아 공부한다. 교실에는 질문도, 학생들의 생각도 필요 없다. 정해진 답만을 바라보는 교육은 그들이 배우는 지식이 곧 진리라는 것을 학습시킨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 답이 있던가? 심지어 오늘의 우리가 진리요, 답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도 새로운 증명을 통해 언제든 오답이 될 수 있다. 명왕성도 2006년 8월부터 태양계에서 퇴출되지 않았던가. 그전까지 내가 알던 태양계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었는데! 고등학생 시절, 수학학원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수와 수학은 현실을 이해시키는 수단이지만 수의 존재 자체가 참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면 수와 수학을 기반으로 설명되는 모든 사실은 거짓이 된다." 


세상에 완전한 정답이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기 전의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지구 평면설을 믿어왔다. 그것은 그 시대의 '지식'이자 '결론'이다. 증명은 결론을 설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과정이다. 인류가 그들이 내린 결론에만 기대어 안주하고 있었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지식과 발전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시간은 무한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무한한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인간이라는 종(種)이 지금까지도 이 지구 상에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각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간에게 요구되던 질문과 답이 그들이 보는 시선으로, 어떤 형태의 흔적으로든 남겨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사람과 사람이 사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왔기에 우리는 과거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질문과 고민을 배울 수 있다. 결국 지혜라는 것은 인류의 역사와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들이 남긴 흔적은 다를지언정, 무식하지 않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9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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