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같은 사람도 하는걸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만 잘하면 돼’라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예전의 생각은 현재 이렇게 바뀌었다. ‘내가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이후에 상황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것들이 수천수만 가지이기에 그 상황 발생에 따른 판단력과 실행력 즉 센스가 중요해’로 바뀌었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첫째 하나만 돌 볼 때와 둘째까지 출산하여 함께 돌보면서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 아직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았기에 육아 선배님들이 보면 ‘코흘리개가 허세 부리네’ 정도일 수 있겠지만 분명히 나는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도 성장 중이다.
어렸을 때에는 일단 외적인 ‘외모’가 중요했던 것 같다. 이성에 대한 호감이 3초 만에 결정될 만큼 외적인 모습이 중요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방의 태도, 말솜씨, 염치의 정도, 상황 판단력(센스) 등을 유심히 지켜봤던 것 같다.
나는 조급했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 전까지 회사에서도 20대 대학생 시절에도 뭐가 그리 급했을까. 심지어 대학생 때에는 ‘외골수 같다.’라는 말도 들어봤다. 즉 ‘모 아니면 도’의 라이프 스타일이었다. 사람들의 말은 듣는 체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뭐 그렇다고 사실 크게 반항을 하거나 무언가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삶을 산 것도 아니다. 내 울타리 내에서 그리고 내 신념(가치관)을 최대한 지켜 가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 노력의 첫 단추는 ‘경청’이었다. 사실 경청이라기 보다는 ‘경척’이다. 풀어 말하면 ‘듣는 척’ 더 쉽게 말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성향’으로 바뀌고자 노력했다. 리더로서 능력도 안되면서 과학생회장을 자진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믿고, 아니 당시 학번은 후배지만 배울 점들이 많았던 학생회 후배들과 대화를 한답시고 티격태격도 하면서 나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시기였다. 왜냐하면 대학 입시 때에도 일단 ‘면접’이 있는 대학교는 지워버렸고, 대학교 4년 내내 ‘발표’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추는 ‘소통’이다. 경청을 했다면 그다음에는 소통을 한다. 조언을 하거나 피드백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뭐라고 누군가에게 쓰디쓴 조언을 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도 아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때론 위로, 때론 응원, 때론 공감하면서 함께 풀어나가고자 한다. 소통한답시고 말솜씨가 현란한 것도 아니다. 그저 진심을 다할 뿐이다.
그래서 세 번째는 ‘진심’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당황하거나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순간적으로 집중을 받게 되면 정말 심적으로는 아무렇지 않은데 얼굴과 귀에서 불이 났나 싶을 정도로 빨개진다. ‘그게 진심하고 무슨 상관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매사에 진심이다. 아마도 특출난 능력이 없는데 ‘진심’ 하나는 진짜다. 서로 간 진심만 통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그렇다고 억지로 나의 진심을 상대방에게 알리거나 강요할 필요도 없다.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표현해 본다.
미완성에 노력형 인간이기에 필요한 단추가 정말 많다. 사실 ‘글쓰기’를 빙자한 합법적인 외도(?) 또한 나에겐 필요한 단추이자 배움이다. 더 좋은 남편, 아빠가 되고자 ‘엄마’라는 타이틀 외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멋진 삶을 보내고 있는 인생 선배이자 누님들과 주 1회 줌미팅에 수시 소통을 통해 남자로서 생각지 못한 남편으로서 놓치고 있는 아빠로서 필요한 부분들을 잘 배우고 있다. 위에서 면접과 발표 경험이 전무했던 과거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시대에 줌미팅 시스템마저 어색하고 어렵지만 이 또한 이겨내려 한다. 이 얼마나 건전하고 건강한 의도가 분명한 외도인가.
‘마인드 컨트롤’도 나에게는 중요한 단추이다. 주변에서 건강한 이미지라고 평가를 해준다. 그렇다. 실제로 건강하다. 외적으로 보이는 건강미, 육체미보다 내면이 건강하다는 말이 더 좋다. ‘정신이 맑다. 눈빛이 살아있다.’라는 평가도 좋아한다. 3개월 전에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마음안심버스에서 2분가량 뇌건강, 스트레스 지수 검사를 한 적이 있다. 신체(자율신경)나이, 두뇌컨디션 점수 등 담당자가 부러워할 정도로 좋게 나왔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사람마다 스트레스의 정도가 다르듯이 그 해소법도 모두 다를 것이다. 본인은 스트레스가 적다고 생각하는데 스트레스 검사 수치도 낮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이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고 느끼는 스트레스의 양과 실제 스트레스 검사 수치가 반비례로 나오는 것이 우리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라고 한다. 본인의 스트레스마저도 스스로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면 어느 정도 ‘내면의 성장’이 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단추들을 꿰찼을 것이다.
끝으로 할까 말까 하다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던져본다. 위와 같이 나름 단추들을 꿰찼다고 생각하는데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항상 부족한 것 같고, 이렇게 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고민하게 하는 아이들을 위해 잘하려면 어떤 단추들이 얼마나 더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