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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호 Feb 07. 2024

“최순경 지금 어디야?!”

경찰관이 가위 들고 협박이라니

경찰서 112 상황실에서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최순경 지금 어디야? 가위 들고 협박하고 있다고 신고 들어왔어” 방금 가위를 든 것은 맞다. 하지만 협박은 하지 않았다. 담당 초등학교 운동부 내 집단 따돌림·협박 사안 관련하여 운동부 대상 열정적인 특별예방 교육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10분 사이에 112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운동부 학생이 아니었다. 운동부 학생 중 1명이 피해학생 복부 부위에 가위로 찌를 듯한 시늉을 해놓고 ‘장난이었다.’라고 했는데 그 학생의 보호자가 신고를 한 것이다. SPO로서 교육 중 교탁에 있던 가위를 들고 가위나 칼 등으로 상대방을 실제로 찌르지 않고, 상대의 신체를 위협할 만한 행위가 있고, 피해자가 그 순간 불안하고, 무서움을 느낀다면 ‘폭력’이 성립됨을 교육한 것에 대한 보복신고 정도로 생각했다. 열흘 뒤, 해당 학교 학교폭력 사안으로 ‘학폭위’(당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석했다. 당시 가해 관련학생 13~14명 중에서도 주동자 3명의 학부모 중 한 명이 112 신고를 한 것이다.(당시에는 학교에서 학폭위가 개최되어 관련학생 수에 따라 15:00~16:00경 학폭위가 개최되어 21:00~22:00경에 끝나는 경우도 있었고, 00:00를 넘어 새벽 01:00까지 사안 논의를 했던 기억이 있다.) 학폭위 진행 중 그 보호자가 특별예방 교육을 진행한 SPO와 현재 학폭위에 참석한 위원이 다른 사람인 줄로 알고, 자신이 112에 신고했다고 진술하여 알게 되었다. 당시 112 상황실에서 다급히 나를 찾았지만 내가 떳떳했기에 대수롭지 않았고,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학폭위 사안 논의에 112 신고 관련하여 보복 심의할 것도 아니고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에만 집중했다. 학교폭력 주동자 3명 외 10명의 가해 관련학생들은 자신들의 언행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각각 선도·보호 조치를 결정하였다. 학폭위 선도 조치로 전학 조치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3명은 전학을 갔다고 전해 들었다.

학교전담경찰관이 아이들에게 가위 등 흉기로 협박하는 일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당시 무더운 여름으로 기억하는데 과연 그 10분 사이에 아이는 보호자에게 전화하여 뭐라고 말했으면 그 보호자는 대뜸 112에 신고를 했을까. 신고자는 나와 통화도 원하지 않았다. ‘경찰관이 학교에 와서 학생에게 가위를 들고 협박을 해도 되는지? 내부적으로 징계..’를 말씀하셨다는데 지금 같았으면 직접 통화를 하거나 대면하여 대화를 시도했을 것 같다. 그때에는 어차피 교내에서 학폭위가 개최되면 위원 자격으로 참석해서라도 만날 수 있었기에 신고자가 원하는 대로 했었다. 그래도 그 신고자 덕분에 이후부터 예방 교육 시 아이들이 놀랄 수 있는 가위나 칼 등은 활용하지 않는다.


2020년 3월 1일부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각급 학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폐지되고, 각 교육지원청 단위에 설치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해당 업무를 대신하게 되면서, 4년 넘게 해 오던 학폭위 위원 활동이 끝났다.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모든 학교전담경찰관을 학폭위 위원으로 위촉하지 않고, 경찰서별로 인원수를 배정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4년 간 담당학교 내 200여 건(연평균 40~50건)의 학폭위에 참석하여 수없이 많은 가·피해 관련 보호자 분들의 눈물, 크록스 신고 참석하는 학생, 무조건 ‘몰라요’,‘기억 안 나요’를 반복하는 학생, 진술 내내 다리를 꼬고 오르락내리락 드는 학생, 학교에서 사실 확인 차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했다는 이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어 부득이 학폭위 불참한 학생, 심지어 학폭위 중 ‘X발, 무슨 학폭위 수준이 이래?’라며 문, 콕 아니 ‘문, 쾅’하며 귀가해버리시는 어머님 등 학폭위 중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나름 경청에 자신 있었던 나도 지쳤었던 것 같다.(당시 교내 학폭위는 수당도 없었다.)

학폭위가 교육지원청에 이관되면서 위원들에게 ‘자문료’(수당)을 지급해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당분간 학폭위는 쉬고 싶었다. 그리고 교육청 이관 후에도 담당학교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담당학교 SPO(School Police Officer)가 참석할 수 있었다면 예전처럼 자문료 없이도 참석했을 것이다. 애초에 학폭위 위원 시작을 자문료 없이 시작했기에 담당 학교 관련학생, 보호자를 만날 수 있길 바랐고 경찰서 SPO 개인으로서 교육청 이관 전부터 위 의견을 5년 넘게 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위 ‘문, 쾅!’ 어머님은 이틀 뒤 다시 학폭위에 참석하여 본인의 행동에 대해 사과를 했다. 물론 앞서 보복성 112 신고와 마찬가지로 어머님의 ‘문, 쾅’ 행위는 학교폭력 사안 논의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학폭위는 오로지 해당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만 심의한다. 그래도 가급적 예쁜 말들이 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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