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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호 Feb 12. 2024

멈출 수 있을 줄 알았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아들 : 아빠 학교폭력이 뭐야?

아빠 : 응 학교폭력 예전에 잠시 있었는데 아빠가 다 해결했어.


학교폭력 등 범죄예방교육을 꾸준히 제대로 하면 학교폭력 등 청소년 범죄가 사라질 줄 알았다. 우리는 모두 어렸을 때부터 '친구는 당연하고 사람을 때리면 안돼', '상대방이 듣기 싫은 별명으로 놀리거나 욕을 하면 안돼', '상대방의 허락 없이 상대방의 물건을 만지거나 가져오면 안돼' 등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았다. 절대 '가끔은 상대방에게 경미한 상처 정도는 입혀도 돼'라고 교육을 받지 않았다. SPO는 3~4월, 8~9월 신학기 초에 집중하여 담당 학교와 일정을 조율하여 학교폭력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학교관계자와 일정 및 교육 내용을 조율하면서 SPO 초창기에는 대강당에 한데 모아 전교생 혹은 학년별 집체 교육을 실시했다. 학교와 일정이 맞지 않으면 1교시 전 20분이라도 활용하여 전교생 대상 방송 교육을 실시한 적도 있다. 수백 회 강의를 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과 눈맞춤하며 하는 학급별 예방 교육이 교육 효과는 단연 최고다. 40~50분 동안 수백 명을 모아놓고 대강당에서 교육을 하면 SPO가 전문 강사가 아니기에 맨 뒤에 있는 아이들까지 심금을 울리기는 힘들다. SPO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미리 해당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유형, 남녀공학, 학년별 유행하는 사안 등을 미리 파악하며 강의 자료에 담아 가서 교육을 하면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와, 어떻게 아셨어요?'라며 반응을 보이면 이미 그 강의는 50분이 10분 같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간다.

요즘에는 일반예방교육보다는 사안이 발생한 학급에 집중하는 등 특별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담당학교에서 학교폭력 등 범죄예방 교육 요청이 오면 무조건 'YES'로 답한다. 대강당 집체 교육, 방송실 전교생 대상 교육, 학년별 교육, 학급별 교육, 운동부 대상 교육 등 예방 활동에 전념한다. 어느 순간에는 교육을 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다. 담당 학교별로 1년에 2회씩 강의를 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 등 청소년 범죄를 보며, 허무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이렇게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금방 제로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관내 전체소년범 수가 2015년에는 650명에 달했는데 코로나 사태에 접어들면서 절반이 넘게 감소하여 200명 후반대로 감소하였다. SPO가 잘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사회 재개발, 청소년 등 인구 감소 등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SPO가 관내 집단 위기청소년 무리를 해체, 선도하고 끊임없이 연락하고 학교폭력 첩보 등을 수집하여 항상 지켜보고 있음을 인지시킨 노력도 미약하게나마 관내 청소년 범죄 감소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SPO 혼자서는 절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먼저 관내 학교폭력 제로화를 목표로 고군분투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고, SPO 팀원들과 합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러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온 마을'에 앞서 '온(전한) 마음' 즉 우리 아이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전담경찰관, 학교관계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청소년 관련 기관 등 온 마을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먼저 가정 내 온 마음을 다해야 할 부모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학교전담경찰관이 되기 전에 PPT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대학교 4년 내내 어떻게든 조별 발표를 피했다는 뜻이다.) 한 번은 초등학교 4학년 대상 대강당 교육이었는데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동시에 저 멀리서 "어? 나 3학년 때 봤던 건데 그대로다."라고 들려오는데 순간 당시 '대강당 교육은 어차피 모든 학생을 집중시키기는 힘들어'라며 안일했던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동시에 '어 잠깐?! 1년이 지난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 역시 교육의 힘은 대단해'라고 느끼며 이제는 교육이 있으면 아무리 시간이 없다고 해도 강의 자료 맨 첫 페이지 표지 디자인이라도 수정한다. 앞서 말했듯이 유창한 말솜씨로 학생, 학부모, 교사 대상 명강의를 펼치는 전문 강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게 주어진 40~50분을 허투루 사용하지 말자. 꼭 SPO 업무를 하지 않더라도 학교폭력 등 청소년 범죄 감소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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