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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호 Feb 14. 2024

거짓말장이

혹은 장인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한 번쯤 해봤다면 알 것이다.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가슴 졸이는 상황. ‘-장이’는 ‘그것과 관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 즉 기술자이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만나는 위기청소년들 중 대부분이 거짓말쟁이를 넘어 ‘거짓말장이’들이 많았다.


<선도프로그램 당일>

학전 : 장이야, 어디니? 아직 집이지?

장이 : 죄송해요. 방금 택시 탔어요.

(20분 뒤)

학전 : 장이야, 어디니? 택시 탔다며?

장이 : 죄송해요. 다른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지금 탔어요.

(20분 뒤)

학전 : (참을 인) 장이야? 어디야? 내렸어?

장이 : 샘, 죄송해요. 사실 아까 집이었어요. 지금 나갈게요.

(20분 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위의 상황을 8년 간 수없이 겪어서 이제는 참을 인 3회도 필요 없다. 애초에 불참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해 기대하는 마음이 없으면 실망하는 마음도 없는 법이다. 가정 내 아이 육아, 업무상 위기청소년 선도 등 열정은 가지되,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상호 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일단 보호자, 어른의 역할 중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기술자’인지는 아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112 신고, 00 빌라 앞, 청소년으로 보이는 남자 3, 여자 2명이 흡연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청소년 흡연 행위에 대해 청소년 보호법 제50조에 근거하여 선도. 보호 조치 대상 청소년에 대하여는 친권자 등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 대상자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술자’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이름, 학교, 연락처를 속인다. 흡연 청소년 인적사항을 전달받은 적이 있다. 처음 보는 이름이다. 업무폰에 저장을 하는데 번호가 이미 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학전 : 장이야~ 너 왜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말했어? 이 친구는 누구야?

장이 : 저번달에 전학 간 친구 이름이에요. 죄송합니다.

학전 : 그래도 이름만 속이고, 연락처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네. 흡연, 음주 행위 절대 안 돼


이름은 속였으나 본인 연락처는 솔직하게 진술한 것이다. 이 정도면 거짓말장이 정도는 되나 ‘거짓말장인’까지는 아니다. 10대 청소년들 중에는 ‘장이’를 넘어 ‘장인’도 있다. “기억이 안 나요.”가 아니다. 증거가 나올 때까지 무조건 “저 아니에요. 제가 안 때렸어요. 뺏은 것 아니고 빌린 거예요. 제가 안 했어요.”라고 하다가도 증거나 나오는 순간 “죄송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수많은 장이, 장인들을 만난다.


그렇다면 수많은 거짓말장이, 거짓말장인들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학교 친구? 그럼 그 학교 친구는 어디에서 배우는 것일까? 내 데이터가 100%는 아니겠지만 내 경험상 98~99%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8년 전 업무 시작할 때부터 이미 95%였는데 8년 간 98.5%까지 올랐다. 가정 내에서 거짓말부터 욕설, 흡연, 폭행 등 범죄 행위까지 배운다. 아니 습득한다. 다시 말하지만 100%는 아니다. 장이, 장인이 될 확률이 높은 정도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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