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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라비 Aug 04. 2021

올해 9월부터 30대가 되다

인생의 한 번뿐인 서른은 딱 네 달 동안만

영국에서 행복했던 2년 2개월 (군대 전역?)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월 생인 나는 친구들이 마련해준 생일 케이크에 29개의 초를 꽂고 런던에서 "29살"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달 후,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를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경험하며 전 세계가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3월 23일, 런던에서는 도시 봉쇄가 시작되었고 이에 따라 당시 근무했던 회사는 재택근무로 업무를 진행했다. 재택근무도 재택 근무지만, 실직자에 관련된 뉴스가 난무할 때 몇 달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나왔던 월급의 80% 정부 보조금을 받았으니 감사하며 살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비자가 두 달이나 연장이 되었다. 입국 한 달 전에는 우여곡절(long story..)도 있었지만, 그렇게 나는 무사히 한국으로 입국했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 나는 20대 후반이 아니라 서른이 되어 30대를 시작하고 있었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느낌이 좀 묘했다. 스물다섯 살 생일도 어쩌다 보니 같은 이유로 건너뛰게 되었는데, 뭐 20대 사이에서는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앞자리가 바뀌었으니.. 2주 자가격리 후 이제 2주 차의 구직자 생활중인 나는, 부모님은 말씀을 안 하시지만 내 속으로 서른이나 되었는데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부끄러운 모습이 약간 든다.


30대가 되니 동창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더라. 내가 나이가 들고 있긴 하는구나 싶었다. 나는 정말 친한 사람들 외에는 연락을 안 하는데, 내 친구들은 벌써 6년 차 7년 차 경력을 쌓으며 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이제 또 시작이다. 물론 비교를 하면 한도 끝도 없고, 나의 인생과 남의 인생은 시작부터가 다르고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의 나의 모습은 서른의 구직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속상하게도. 그렇다고 내가 내 친구들에 비해 열심히 안 살았나? 그건 아니다. 살았던 방식이 달랐을 뿐 나름 2년 동안 영국에서 열심히 살았고, 내가 일하고 싶었던 회사도 다녔지만... 그래, 거긴 영국이었으니까. 다시 열심히 또 살아야지.


어렸을 때 어린 나이에 비해 철이 들었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자랑을 하자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철들었다"라는 정도가 꼭 어렸을 때의 정도로만 멈춘 느낌이다. 나는 지금 과연 서른의 나이에 맞게 철이 들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어떤 얘기를 듣고 현명한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런 사람이 되어 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른이 된 지 한 달 되었는데 벌서 올해도 얼마 남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어서 구직해서 또 자리를 잡고 열심히 살아야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2020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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