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이 된 잉여의 시간을 발굴한 날이었다
무색무취의 알고리즘에 깊게 파묻혀 있던
침침한 눈을, 굽은 허리를,
깊고 얕은 주름 위의 먼지를 털어낸 날이었다
잉여의 온기도, 잉여의 눈물도
잉여의 생각도 남아있지 않는 그 시간을
나는 잉어를 잡아다 삶는데 쓰기로 했다
아무렇게나 비늘이 자라고
두개골이 투명해 걸음이 느린 잉어를 기다리다
하마터면 목에서 아가미가 자라 나오는 상상을 할 뻔했다
하마터면 지느러미에 손금이 뻗어 나가는 상상을 할 뻔했다
텅 빈 그물 위로
잉여로운 잉어는 하나도 없었다
삶을 내던지고 삶아질 잉어는 부화의 순간에
눈을 감았나 보다
아무렇게 머리가 자란 수많은 내가
대신 빼곡히 걸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