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얼굴도 바래진 고민을 하느라
다 새워 버린 밤을 또 새우고
멸종한 언어의 배를 가르고 뼈를 바르며
백지를 또 하얗게 채워 나간다
이미 유행은 다 지나버렸는데….
이름 없는 벌판을
물어 물어 찾아가서
허공에 낙하하는 먼지를
세어 보는 것으로
내 고민의 나이를 가늠할 뿐이다
어린애들 무릎 같은 언덕 위로
올해도 벌써,
얼굴 퍼런 새순들이 고개를 내밀고
나는 여전히 유행이 지난 고민을 한답시고
창문만 비스듬히 열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