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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May 10. 2021

군대? 군 대학생!

공군 학사장교로 입대한 이유

'군 생활이 즐거울 순 없을까?'


항상 하던 고민이다. 일반적인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꼭 가야 하는 군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군대. 명예롭지만 그다지 가고 싶지는 않은 군대. 그곳을 즐겁게 다녀올 순 없을까?


나는 현재 2년 차 공군 학사 장교로 수도권의 한 기지에 복무 중이다. 3개월의 훈련, 자대에서의 적응기를 거쳐 이제 제법 한 사람 몫을 해내는 군인이 되었다. 나는 왜 공군 학사 장교가 되었을까?




공군 학사장교로 입대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의미와 자유

 시간을 더 의미 있고, 자유롭게 보내고 싶었다. 병사로 복무하는 약 2년은 버려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병사로 복무하면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빠르게 전역 후 진로를 찾으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군 생활을 하고 싶었다.

 현재 공군을 기준으로 병사의 복무 기간은 21개월, 장교는 훈련 포함 39개월이다. 이것만 보면 장교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소중한 시간을 잃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소중한 시간'은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간부는 퇴근 후 학원에 갈 수도 있고, 자기 계발을 할 수도 있다. 초반에 어느 정도 업무가 적응되면 그 이후의 시간을 오롯이 자신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군인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신분이 보장된 채로 전역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다. 내겐 제한이 많은 병사보다는 일과 후 비교적 자유롭고, 자기 계발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장교 쪽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 경험(협력, 권한 그리고 책임)

 다양한 경험으로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3개월의 고된 훈련 간 구르며 배운 것은 '협력', '권한' 그리고 '책임'이다. 약 400명이나 되는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고, 3개월간 한 곳에 모아두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는 그곳이 무법천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보고, 느껴온 사람은 결코 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분명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함께 협력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협력과 규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때론 이해할 수 없는 규칙도 있었지만 토론과 합의의 과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혼자서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었고, 그 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자대에 온 지금은 개인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고, 그에 따른 결과에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배우고 있다. 단기 복무 장교라면 보통 계장, 과장 혹은 소대장이라는 직책으로 생활을 시작한다. 조직의 중간 관리자로서 상급자와 하급자를 대하는 태도, 관리자로서 조직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다. 병사의 입장에서 조직을 바라보는 눈과 간부의 입장에서 조직을 바라보는 눈은 확연히 다르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3. 복지(재정)

 돈을 모을 수 있다. 최근 병사의 월급도 크게 상승해서(21년 기준 병장 : 540,900원) 큰 이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차이는 난다. 초급 간부는 9급 공무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각종 수당을 제외하고 약 1,710,000원이다.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큰 금액은 아니지만 3년 동안 잘 준비한다면 전역할 때 적지 않은 돈을 모아 나올 수 있다. 취업이 어려운 지금 시기에 3년 동안은 고정 수입이 있는 것이다. 또한 복무 기간동안 재테크 공부를 해두면 평생 활용할 수 있는 무기를 하나 갖출 수 있다. 이렇게 목돈을 마련한 경험은 전역 후에도 좋은 자산이 될 것이다.




최근 핸드폰 사용, 월급 인상 등 병사 복지 향상의 영향으로 간부로 복무하는 장점이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위와 같은 이유들로 장교의 길을 선택했고, 매우 만족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성에게 군대는 갈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모든 남성이 가야 한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 결국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있다.


나는 '군대'라는 '대학'에 다니기로 결심했다. 이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군 대학생’이라는 심정으로 맡은 일과 자기 계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런 생각 덕인지 입대할 때도 매우 설레는 마음으로 가족들의 배웅 없이 혼자 입대했다. 그렇다. 나는 군 대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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