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턴을 결심하기까지
처음 미국 인턴을 준비했던 건 2019년 겨울쯤이었다. 외국에서 살아보고자 하는 의지가 크고 오래되었고 나를 붙잡는 것들이 없어 결심까지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게다가 당시에는 졸업이 한참 남은 3학년이었기 때문에 내 취업길이 이렇게 힘들고 험난할지도 예측하지 못했었다.
나는 2019년 겨울에 준비를 시작했지만 2021년 여름까지 코로나로 인해 미국 인턴 준비를 멈췄었고, 다시 시작한 지는 2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사실 지금도 미국 인턴 준비뿐 아니라 취업준비와 스타트업 팀에서 서비스 출시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가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글도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내 심정과 당시의 기억을 남겨두기 위해 작성하는 글이다. 내가 미국 인턴 준비를 하며 도움이 되었던 글은 에이전시에서 작성한 글보다는 이런 소소한 고민과 선택의 과정이 담겨있던 글들이라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면접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당시에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나는 말 그대로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 자체에 로망이 있었다. 대단한 로망이라기보다는 평소 '너는 외국에서 살았으면 정말 잘 맞았을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들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땐 하이틴 드라마를 보며 잘생긴 외국인과 프롬에 가는 것을 상상해 보기도 했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프렌즈를 보며 뉴욕의 어느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커피를 훌쩍이며 수다를 떠는 것을 그리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선택지는 꽤 많았다. 교환학생, 어학연수, 워킹 홀리데이 그리고 해외 인턴까지. 사실 외국에 살며 내가 그리던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처럼 비교적 내 시간이 많은 선택지가 더 적합할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번 돈을 펑펑 쓰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교환학생과 어학연수는 배제하였다. 솔직히 교환학생 같은 경우에는 학점이 모자라서 포기한 게 더 크다.
이때까지만 해도 해외 인턴 에이전시가 존재하는지 몰랐고, 취업을 위해서는 정말 기가 막힌 디자인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워킹 홀리데이를 알아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올리브영에서 7개월 알바했던 것도 고됐던 나인데,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에서 12개월간 옥수수를 따고 농장일을 할 수 있을까?(물론 농장일이 아닌 경우도 많다)
기왕이면 내가 잘 아는 일, 그리고 경력도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고민하던 중 미국 인턴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되었다. 시급도 평균 15불 안팎으로 괜찮고, 디자인 일을 할 수 있고, 미국에서 살 수도 있다니.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워킹 홀리데이를 간다고 노래를 부르는 딸이 내심 걱정되었던 부모님은 내가 디자인 인턴을 간다고 하니 마음이 한결 놓이셨는지 같이 신나 하며 드디어 우리는 에이전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에이전시는 사실 2019년에 알아본 내용이라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고민한 건 이거였다.
회사 규모가 작아서 나에게 신경을 더 써주는 에이전시 VS 회사 규모가 커서 나에게 더 체계적이고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에이전시
나는 여러모로 작은 에이전시에 끌렸지만 최종 결정 전 상담에서 작은 에이전시의 사장님이 너무 사기꾼(?) 같다고 느껴 결국 부모님과의 논의 끝에 큰 에이전시를 선택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에이전시 자체가 크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잡 오퍼의 풀이 더 크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또한 나는 미국 인턴 하나만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개입을 해주는 대형 에이전시가 더 좋았던 것 같긴 하다. 피차 서로가 서로에게 몰두했다면 미국 인턴이 더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다만 이건 고용주 면접까지만 진행해본 나의 입장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인턴 후기를 보다 보니 K-MOVE라는 프로그램으로 준비하는 사람도 많아 보였다. 이는 대학에서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특정 학교, 학과에만 해당되는 프로그램인 것 같았다. K-MOVE의 절차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는다고 해도 미국 인턴쉽을 할 수 있으니 해당 학교가 아니라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가 에이전시를 구하고 인턴을 준비하며 느꼈던 궁금증이 있다. 왜 굳이 한국인을 데려다가 쓸까? 프로그램 자체가 훌륭한 영어 실력이나 스펙을 요구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미국에서 굳이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을 쓰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좋은 기회임에는 확실하나 하여간 이 의문점이 자꾸 남아 미국 인턴 프로그램 자체가 커다란 사기극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후에 에이전시를 통해 합리적인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나에게 가장 잘 와닿았던 건 이거였다. 이 프로그램을 한미 공공기관이 같이 진행하기에(기관명은 까먹었다. 관광? 문화교류? 관련 정부기관이었던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을 고용하면 회사에게 면세 해택이 주어진다. 아! 이 설명 한마디에 바로 의심이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미국 인턴쉽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턴쉽이 아니다. 한국 대기업에서도 인턴으로 자국민을 쓰는 것처럼 미국 본토에도 일반적인 인턴은 자국민인 미국인을 고용한다. 이 J1 인턴쉽으로 갈 수 있는 회사들은 주로 한인 회사, 또는 한국 대기업의 외국 지사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인턴을 업무를 배우는 포지션이지만, J1 비자를 통해 미국에 가게 될 경우 일을 배우는 게 아니라 1인 몫을 해내야 한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J1 비자 미국 인턴쉽은 그들에게도 매우 합리적이다. 최저시급으로 말이 통하는 한국인을 불러 1년간 업무를 시킬 수 있으니까.
상상과는 다른 현실에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는 겁을 먹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용기를 주었다. 나는 잉여인력이 아니라 회사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1인분이고 또한 나는 존재 자체만으로 회사에 면세 해택을 가져다주는 복덩어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