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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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의 인생여행은 ‘후회의 책’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후회’
라는 것은, 아마도, 삶을 다시 살고 싶게 만드는, 가장 어렵고도 무서운 감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노라처럼 삶의 기회가 다시 주어지지도, 후회한 일을 지우기 위해 타임머신을 탈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지나고 나니’ 깨달은 것이 후회이고, 미래의 후회 역시 알 수 없는 노릇일텐데, 과연 이렇게 버겁고 두려운 후회를 어떻게 다루고 감당해야할까?
개인적인 의견으로, 과거의 후회는 ‘용서’로부터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타인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는 일 뿐만 아니라, 과거의 나에게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위로, 미워하던 무언가를 다른 시간으로 바라보는 인애로움이 용서를 포괄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모양이든 방식이든, 누구를 위함이든, 결국 ‘용서’라는 시도를 통해 불편했던 감정들을 녹이는 것, 그것이 과거의 후회를 지우는 첫번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후회는, 사실 개운하게 꼬집을 만한 답이 없다. 하물며 내 앞가림 하나 제대로 하기 어려운데 후회를 예견한다는 것? 이건 말도 안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굳이, 조심스레 의견을 내보자면, ‘만족’을 통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저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취하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가령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한다거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준다, 하루 하루 감사하며 기쁘게 산다, 현실에 즐거움을 최대한 누리며 산다 등... 그런데 혹시, 방금 나열한 이 모든 행동들은 결국 현실의 만족감이든, 미래를 위한 만족이든, 무언가에 흡족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라는 것을 느꼈는가? 진중한 고심과 감사로 소중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런 뿌듯한 하루들이 쌓여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후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미래 대책법일 듯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후회의 감정들은, 본인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점이다. 나의 후회는 내가 움직이고 처리해야 없앨 수 있다. 타인으로부터 위로를 받거나 용기를 얻을 수 있을진 몰라도, 그건 감정이 소모로 일단락 될 뿐이지, 결코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후회의 고통 속에서 노라가 간절하게 외친다. "제발 이 책을 덮어주세요." 하지만, 엘름부인은 “노라, 이건 네가 직접해야해” 라고 말한다. 나는 프레이즈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본 것만 같이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연상된다. (소설은 보통 푹 빠져 읽는 편 ㅎㅎ) 나는 저 대사들이 참 좋았다. 후회들을 지우는 일들이 매우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스스로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자, 후회를 지울 수 있는 기회라는 일러주는 메세지 같았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그럼에도 언제나 모든 후회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노라의 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가 사고를 당하게 된다. 노라는 자신이 고양이를 돌보지 않았다는 것을 자책을 하고 매우 고통스러워 한다. 이때, 엘름부인은 말한다, “어떤 후회는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단다. 가끔은 그냥... 개구라야!”
우리는 이것으로부터 ‘후회’를 이겨내는 또하나의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인생의 모든 선택이 전적으로 나의 간택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내가 노력하고 일궈내는 것 말고, 자연에 의해, 타인에 의해, 생뚱맞은 우연에 의해 사건이 발생하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스스로에게 가장 날카롭고 치명적인 감정은 자책이다. 부디 후회가 자책이 되지 않길 바란다. 나의 최선과 노력, 확신과 믿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후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걸 것이다. 나의 노력으로 지울 수 없는 후회는, 그저 “개구라야!” 라고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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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이 좋다. 이유야 여러개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인생에 대한 불변의 진리들’을 소설의 내용과 함께 따뜻하게 녹여낸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데, 시간은 소중한 것이다, 인생은 한번 뿐이다, 결국 삶을 온전하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오며, 더이상의 감흥도 없고 감동도 없는 이러한 '진리'의 말들을, 활자의 온기에 담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별을 5개 주는 책은 한결같은 기준이 있다. '다시 읽고 싶은가?' 이 책은 읽자마자 다시 읽고 싶어진 책이었다. 이 책에서 느꼈던 감동을 곱씹어보고 싶었다. 여러번 여물고 되새김질을 해서, 나의 생각의 확장이 어떻게 넓어졌는지 정리하고 싶어졌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그 순간의 감정들이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자츰 자츰 떠오르겠지만, 그때 들었던 생각이 똑같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몰입'의 시도는 좋았지만, 독서하는 순간 순간 기억나는 생각들을 메모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2. 1. 25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