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어도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지금의 안녕이 그저 주어진 듯 잊어버린 지난 시간 속에 희생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가야지 하고 마음 깊은 속에 담아만 두고 실천하지 않은 일이 문득 생각나, 바로 나선 곳이 금정구에 위치한 <요산김정한 문학관>이다. 묵은 숙제를 하는 기분이기도 했으나, 정말 가고 싶은 곳이었다.
금정산과 범어사를 품고 있는 금정구이나, 어엿한 부산 시내에 위치해 있고, 주택가의 언덕길을 한참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뚜벅이들에게는 힘든 반등산 코스였고, 자가용은 주차장이 구비 되지 않은 불편함이 있었다.
<요산 문학관>이자 <요산 연구회>라는 현판과 함께 근사한 낮은 대문 너머로 초록 잔디밭이 보인다. 들어서면 바로 왼편에 기와집의 생가가 복원돼 자리하고 있다.
대쪽 같았던 선생님을 닮은 대나무들이 담벼락에 줄 서 있고, 아래편에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문학관 입구에서 미소 띤 선생님의 흉상이 맞아준다.
문학관 입구 오른편에 선생님의 좌우명과 같은 <사람답게 살아가라>라는 명 문장과 어딘가를 응시하시는, 기분 좋은 모습의 선생님이 유리벽에 새겨져 있다.
일층은 사무실과 세미나실이 있다. 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바로 이어진 이층으로 간다.
이층 이동 전 계단 옆으로 부산 출신 현역 작가들의 책과 강연소개 포스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달의 초대작가 박향 작가에 대한 소개글도 게시 돼 있어훑고 간다.
2층 전시실 입구, 여기도 미소띤 선생님 흉상과 선생님 소설전집 한 권과 노트가 구비돼 있어 필사해 보도록 권하고 있다.깨알같은 방문자들의 글이 반갑다.
전시실은 소박한 한 관으로 되어 있었는데, 가운데에 또다른 특별실이 있어 2층은 ㅁ자 모양으로 이어져 있었다. 양쪽으로 서재가 꽉차 있는 특별실은 영상으로 선생님의 삶과 작품 해설을 하고 있었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선생님 소개는 어린이를 위한 의도인 듯 쉬운 글과 그림으로 되어 있었다. 단지, 협소한 장소에 벽 가득한 해설이 다른 전시와 다소 이질적이라, 어린이를 위한 다른 공간으로 분리된다면 더 좋을 듯 싶었다.그래도 좋았다. 어찌되었든지 선생님을 다시 알게 된 계기였으니.
문학관을 나서며 푸른 잔디에서 다시 바라보는 생가 마루에 마치 선생님이 웃고 계신듯 가슴이 뿌듯해졌다.
요산 선생님은 일제시대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쓰셨고, 광복 후에는 반독재, 반민주에 저항하며 평생을 올바르게 살아오셨다. 1996년 11월 28일 오후 3시 30분경에 세상과 이별을 하셨다. 요산 선생님은 평생을 사람다운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신 분이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은 아니다. " 라는 산거족에 나오는 주인공 황거칠 노인의 말이 떠오른다.
펑생 올곧게 사시고, 낮은 자들의 삶에 연민을 느껴 그들의 애환을 그리신 선생님의 바른 길을 다시 반추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평일일지언정 관람객이 오직 나 혼자였다는 씁쓸함이 무겁다. 태어나신 부산 시내 위치하여 부산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하는데, 시민들이 찾지 않는 이 문학관은 선생님의 정신조차 사라질까 염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