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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Sep 12. 2024

[독서후기]청춘 디아스포라의 감동 <파도의 아이들>

-정수윤 첫장편소설/돌베개

거기서 처음부터  네 인생을 새로 쓰면 돼.


우리는 우리가 결정하지 않은 세상 따위 원하지 않아.

여기가 바로, 우리의 나라야.



바다처럼 눈부신 청춘의  여정


파도처럼 밀려오는 벅찬 감동


경계 너머, 자유를 향해, 더 넓은 세계로 떠나는 새 청춘의 뭉클한 여정



이토록 아름답게 , 이토록 섬세하게

디아스포라의 삶을 그린 작품이 있었던가.

 '소설이라는 따뜻한 벽난로' 곁에서 얼어붙은 내 심장을 녹이는 느낌이었다.

-정여울 작가 추천사




 한반도 북쪽에 있으며, 같은 뿌리인 한 겨레라는 인식은 있으나 여전히 위협의 대상이며 갈수록 이질감을 느끼는 형제 나라 북한의 세 청춘 이야기이다. 지나온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정치는 물론 사회나 문화 등 전반에 걸쳐 달라지고 있으나, 이 소설에서는 열 여섯 어린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꿈과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탈출 이야기를 들려준다.


 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는 하루하루 치열한 입시 경쟁과 점수 올리기에 열중하느라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남한의 학생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너희들이 누리는 지금의 시간들이 알고 보면 세 청춘들이 간절히 원하여 목숨까지 걸어야했던 미래의 삶이라고, 읽고 느끼기를 바랐다.


 그저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고 싶어 가족조차 두고 떠나는 민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달리 자신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는 경제력 만렙 어머니와 존경하는 우상 축구선수 손흥민처럼 되고 싶은 한광민, 벽장 속 우주에만 갇혀 지내다 자유를 찾아 강을 건너는 김여름, 세 주인공이 각각 1인칭 서술자가 되어 교대로 서사를 이끌어 간다. 축구공과 눈결정체, 햇빛 이미지를 페이지 상단에 표시하여 서술자의 변화를 넌지시 알려준다.



 살면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건, 사람만이 가진 특권이면서 사람만이 가진 고통같다.  - p59


 어딜가나 누구도 믿지는 마라. 세상에서 언제나 가장 믿고 따라야 할 것은 너 자신이야. 네 안의 마음이다. 거기에 항상 바른 길이 있어. - p79


 벌써 쓸쓸한 연보랏빛 하늘이 밀려 왔다. 사람은 왜 태어날까. 무엇을 하러 세상에 올까. 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이러고 있는데,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유를 찾아 강을 건넜지만, 지금은 그게 뭔지도 모르겠다. 돈인가? 돈은 손에 잡힌다. 그래서 쉽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 자유로울까? 그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렵다. -p116


 이 길의 끝에 바다 따위 나오지 않을지도 몰라.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에서 매번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가 다가가는 만큼 더 멀리 도망가니까. 어쩌면 바다라는 이름도, 누군가 지어낸 아름다운 환상에 불과한지도 몰라. 자유나 평화나, 그런 꿈같은 이름들이 늘 실체없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 것처럼. -p209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 어떤 이는 그 간절한 욕망의 대상이 물질적인 보상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추상적인 감정이나 상태를 원하기도 한다. 그 간절함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우리는 그 대상을 꿈이라고도 하고, 삶의 목표라고도 한다. 하지만 결코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원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결핍된 것을 욕망하고, 부러워 하고 얻고자 앞으로 달린다. 삶의 강력한 동력이 되는 것이다.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의 소중함은 잘 인식하기 힘들다. 더 나은 삶은 지금 없는 것을 채움으로 이뤄진다고 믿고, 더 많은 것을 소망한다. 애초 손에 쥔 것이 다른 삶은 그리하여 소망하는 것도 천양지차이고, 행복지수도 제 각각이다.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세 명의 어린 창년들의 소망은, "도대체 네가 원하는 것이 뭐니?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잖아, 일단 정해보기라도 해봐."라는그  충고를 듣는 남한의 청소년에게 어떤 울림을 줄까. 특히나 그 소망을 위해 하나뿐인 생명을 걸어야 한다면.



  이 소설 속 세 명의 청소년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기본적인 선택권과 자유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국가를 벗어나려 하고, 타국에서 쫓기는 삶을 살아야 하고, 때로는 버림을 받아야 했다. 이는 남한의 청소년들은 상상하기 힘든 삶일 것이다.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미 주어진 손바닥 안의 당연한 권리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고국을 떠나려는 자식들의 치기어린 행동일 지언정 응원하고 독려하는 남은 가족과 지인들의 사랑은 우리네와 똑같은 사랑, 그 자체였다. 그 따뜻함은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한 가족을 두고서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그 간절함은 더욱 애틋했다. 아름답고 섬세한 '디아스포라'라는 정여울 작가의 감상평에 공감되는 부분이다.



 허구에 그치지 않을, 지금도 꿈꾸는 그 어떤 동포의 탈출을 상상하며, 모두가 행복할 날을 그려본다.



 #파도의_아이들 #독서후기 #작가정수윤 #청춘디아스포라 #돌베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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