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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다 Sep 05. 2020

비정규 가족의 탄생

공동육아와 공동간병, 그 사이 어디쯤의 일상


양평에 살게 되었다. 전원생활은 결혼하고부터 내 제일 큰 바람이었고, 엄마의 투병이 길어지는 건 가장 바라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 어느 시인의 책 제목처럼 정말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우리 집 구성원은 유아 한 명(19개월)에 프리랜서 둘(남매간), 직장인과 암 환자(사위 장모 사이)가 각 한 명으로 다소 이상한 조합이다. 이 집의 계약 기간은 2년. 우리는 스스로를 비정규 가족이라 칭하기로 했다.


비정규 가족을 소개합니다.  왼쪽부터 프리랜서 1(남동생), 암환자(친정엄마), 프리랜서 2(나). 그리고 이 집의 주인이자 생후 604일 차 내 딸 photo by 직장인(남편)

이 조립식 생활공동체의 목표는 딱 한 가지다. 가족의 안녕. 조금 더 바랄 수 있다면 프리랜서 두 명의 지속적인 수익 창출 정도? 결혼하면 영영 흩어져 사는 건 줄 알았는데 다 늦게 모여 산다는 것이 아직도 한 번씩 우습다. 우리를 이렇게 불러 모으려고 엄마가 아픈 걸까 생각하다가 부질없는 생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중요한 건 지금 여기 우리가 함께 있고, 이곳에서 모두가 조금씩 더 용감해지리라는 것일 테니.


비정규 가족 탄생 D+48일. 우리 가족은 모두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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