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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저장소 Jun 17. 2021

사회초년생

먼저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주위에도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

나는 사회초년생이다. 나름대로 경험이 많다고 생각은 했지만, 서툰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서서히 사회에 발을 디디고 있는 지금, 어디서든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서툰 것을 감추려 했고 만나는 사람마다 경계심을 가졌다.


출판, 전시회, 사업을 준비하면서 학교에서 만나던 친구들과는 매우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과는 돈이 걸려있기에 더욱이 관계도 복잡하고 긴장이 됐다.


이런 생각에 행여라도 나쁜 사람을 만날까 봐 매 순간을 경계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지만, 결국 내가 좋은 사람이면 내 주위엔 좋은 사람들이 오는 것 같았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이번에 책 판매를 위해 인쇄공장을 찾아갔었다. 나름 인쇄소에 찾아갈 때 알아가야 하는 정보를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찾아가서 했던 말은 책 한 권과 함께 견적이 어떻게 나올 것 같냐는 말이었다.


출판사들, 관공서와 같은 곳에서 대규모로 계약을 맺는 공장 입장에서는, 1인 출판자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책만 가져왔으니 매우 귀찮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찾아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사과를 하며 사장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러다 보니 사장님도 천천히 나와 말씀을 나누시기 시작하셨다. 그러다 젊은 실장님까지 오셔서 내 책의 견적을 하나하나 모두 맞춰주시면서 도와주셨다. 책을 찾으러 간 날, 실장님은 커피까지 사주시면서 좋은 이야기와 정보들을 알려주셨다. 차분하게 좋은 말로 대답을 하는 모습과 좋은 인상을 보니 자신이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고 하신 것이었다. 사장님 역시도 원래는 돌려보내려고 했으나, 이러한 점 때문에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했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첫 책 인쇄를 마쳤다.


비슷한 시기에, 각종 상품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업체에 수십 통의 전화와 메일을 보냈지만 좋은 소식들은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서울에 향수 제작업체를 찾아가게 되었다. 향수를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려고 했는데,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법적으로 절차가 굉장히 복잡했다. 그리하여 납품을 받아야 했는데 아직 판매도 해본 적 없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고, 규모도 너무 작았던 입장이라 업체에서는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정중하게 말씀드리며, 지금은 모은 돈이 이것밖에 없지만, 이게 잘된다면 조금씩 수량도 늘려가며 홍보도 하고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나에게 납품을 하겠다는 말씀과 함께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하게끔 여러 조언을 해주셨다. 심지어 공장에 주문하면서 몇 퍼센트는 사장님께서 부담해주셨다.


알고 보니 사장님의 아들도 나와 비슷한 또래인데, 이렇게 뭐라도 해보겠다며 도전하는 것과 솔직한 마음으로 나눴던 나의 말 때문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신 것이었다. 이분이 아니었으면 나는 뭣도 모르고 일을 벌였다가 벌금을 3천만 원이나 물을 뻔했다.


이뿐만 아니라 내가 아프다는 소식에 걱정하며 연락해주는 친구들, 내가 섬에서 위로 올라와, 잘 곳이 없는데 선뜻 자신의 집에서 재워주는 친구들. 전시회 준비가 잘 안 풀리자 군대에서까지 도와주겠다고 연락을 준 친구 등등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았다.


나쁜 사람들을 빼고 말했기 때문에 유독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일 수도 있지만, 결국 내 주위에는 나쁜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내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찾아왔을까? 내가 좋은 사람이었기에, 내 곁에도 좋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남는 것이다.


먼저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주위에도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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