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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반 Aug 14. 2020

영화 <강철비2>,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



<강철비> 감독과 배우, 다시 뭉치다.

2017년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연출력, 그리고 연기력으로 445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강철비>가 속편으로 돌아왔다. 원작 웹툰 시리즈인 <스틸레인>의 마지막편을 영화화했다. 전편에서 북한군을 맡았던 정우성이 이번 영화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국정원 요원이었던 곽도원이 북한군을 연기한다. 주연 배우의 역할이 정반대로 바뀌었음에도 두 배우의 연기력과 흡인력 있는 연출이 모든 우려를 한 방에 씻어 낸다. 북 위원장 역할을 맡은 유연석의 연기 변신과 미국 대통령 역의 앵거스 맥페이든의 연기 역시 볼거리다.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과 평화, 지금 우리의 이야기

<강철비2 :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현재를 다루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한국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기꺼이 중재자를 자처하고, 중국과 일본은 동아시아 패권을 호시탐탐 노리며 속내를 감추고 있다. 영화는 최근 한국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북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대통령(정우성)의 모습에 함께 고민하고 웃다가 화도 내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동아시아 정세가 흥미진진한 정치스릴러로 재탄생했다.




잠수함 안팎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액션

영화의 절반이 핵잠수함 안에서 진행되는 만큼 관련된 볼거리도 상당하다. 잠수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호위총국장(곽도원)과의 대치와 초 단위로 조여오는 미사일과의 수중전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육중한 잠수함이 물속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무게감이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북한 내 쿠데타로 납치되는 남북미 세 정상

현실적인 스토리 디테일과 연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남북미 세 정상이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된다'라는 설정이 조금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영화적 허용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영화를 보는 관객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1인치 자막의 장벽

<강철비2 : 정상회담>에서 가장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북한 인물들의 대사가 자막과 함께 나온다는 점이다. 어려울 수도 있는 정치 외교 이야기가 자막 덕분에 이해하기 한결 수월하다. 단순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양우석 감독은 인터뷰에서 북한을 외국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였다고 밝혔다. 알 수 없는 북한의 속마음을 자막을 활용해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북한이 결코 외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통역이 없어도 서로의 말을 알아듣고 똑같은 과거와 아픔을 공유하기에, 남북은 서로에게 미국 같은 완벽한 타인이 되지 못한다.



국민 여러분, 통일하시겠습니까?

영화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한경재 대통령이지만,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한국은 전혀 주인공이 아니다.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사인 하나 하지 못하고 미국-일본-중국-북한 네 나라의 치열한 암투극에 배경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계속해서 평화 체제를 향해 나아간다.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와야 우리도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은 한 대통령의 입을 빌려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여러분, 통일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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