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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반 Aug 14. 2020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액션 영화의 신세계



스타일리쉬한 액션, 액션 영화의 신세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액션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목표는 성공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가장 스타일리쉬하고 독특한 액션을 선보인다. 액션의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컷 수를 줄여 한 테이크로 찍는 대신 프레임을 나눠 촬영하는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했다고 한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진행돼 타격감이 극대화되어 액션의 몰입도가 높다.  모든 액션은 황정민과 이정재 두 배우가 실제로 소화했다고 한다. 큰 키와 긴 팔다리를 자랑하는 두 배우 덕분에 액션이 더 큼직큼직하고 시원하다.


인남(황정민)과 레이(이정재) 모두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액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액션을 대하는 두 캐릭터의 태도는 다르다. 인남이 무감정하고 건조한 모습이라면, 레이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영화가 진행될 수록 더 간절해지는 인남의 액션과 더 집요해지는 레이의 액션 변화도 볼거리다.




한국-일본-태국 글로벌 로케이션

영화의 배경은 일본에서 시작해 인천을 거쳐 태국으로까지 이어진다. 무려 3개국을 넘나드는 로케이션도 영화의 큰 볼거리 중 하나다. 태국은 물론이고 일본, 특히 인천의 이국적인 비주얼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주인공인 두 캐릭터와 스토리부터 비현실적이다. 이정재가 '관객이 개연성에 의문을 갖지 않도록 임팩트 있는 비주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할 만큼 레이라는 캐릭터는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영화적인 존재다. 그러한 빈틈을 이국적인 배경이 메꾸어 준다. '이런 곳이라면, 이런 장소라면 저런 사람이 있고 저런 이야기가 펼쳐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시 뭉친 황정민X이정재

영화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두 배우가 다시 뭉쳤다. <신세계>에서 어떤 일이라도 함께 헤쳐 나가는 브로맨스를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한 명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한 명을 죽여야만 하는 숙명적 관계를 보여준다.

영화 중간중간 얼굴을 클로즈업 한 장면이 꽤 자주 등장한다. 모두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다 보니 표정과 눈빛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을 자세히 볼 수 있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드보일드 장르의 건조한 스타일이 오히려 두 캐릭터의 표정에 더 집중하도록 만든다. 비정하고 집착적인 레이의 표정과 지치고 간절한 인남의 표정이 대비되며 두 사람의 입장을 보여준다.  인남의 감정 변화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삶에 아무런 의욕이 없던 건조한 모습에서 점점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어 가는 인남의 모습에 새삼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던 이야기

몰입감 있는 액션, 이국적인 로케이션, 황정민과 이정재라는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스토리만 놓고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인남을 보고 있으면 영화 <아저씨>나 <테이큰>이 떠오르고, 레이를 보고 있자니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가 떠오른다. 레이의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잖아'라는 마지막 대사처럼, 예상 가능한 스토리 라인과 결말이다.

진부하고 시대착오적인 여성 캐릭터의 활용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그럼에도 유민 역할의 박소이 배우와 유민의 엄마를 연기한 최희서 배우의 연기가 인상 깊다. 유이 캐릭터 역시 배우의 연기 변신을 차치하더라도, 공간적 배경에서 비롯된 스테레오타입적 존재이자 전형성을 답습한 조력자 롤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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