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긍 Aug 04. 2024

[주니어 PM의 업무 회고] 고객의 초목표 고려하기

빠르기만 한 의사결정은 의미가 없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01. 갑자기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요


 IT 교육 콘텐츠를 판매하는 저희 회사의 일부 콘텐츠는 K-Digital Credit 지원 과정으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수강료의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요. 고객의 수강료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좋은 제도인 만큼 매년 2회 있는 심사에 합격해 엄선된 과정들만 이 제도의 혜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께서 많이 찾아주시는 과정이 합격한 덕에 룰루랄라(?) 판매하던 작년 여름 어느 날, 국비지원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 내에서 "연간 운영 인원을 초과해 더 이상 수강생을 선발할 수 없다" 라는 내용의 알럿이 뜹니다.


처음 보는 내용의 알럿에 스쿼드원 모두가 당황하던 차에 슬랙 히스토리를 살펴보고 유관 부서에 문의한 결과, 국비지원 과정 심사 합격시 과정별로 국비지원 적용 가능 인원 수를 할당받는데 그것이 초과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기관을 거쳐 증원신청이 필요하며, 증원신청건이 승인된다 하더라도 반영까지는 3~7 영업일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02. 일단 판매 내리려고 했던 그 순간에


당장 수강신청을 시도하는 고객이 있는데 > 신청을 완료시킬 수는 없고 > 다시 신청이 가능해지기까지 최대 일주일 가량이 소요될 수 있으니 신청 미완료건이 N건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 그래서 결국 해당 과정의 신청을 안내하는 자사 페이지에 수강신청 불가 모달을 띄우고, 신청 링크로 이동하는 CTA 버튼을 비활성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결정하고 상황 전파 슬랙을 쓰려던 차에, 저보다 업무적으로 고객과의 대면 밀도가 더 높은 동료께서 "신청하시려던 분들이 못 하면 우리도 고객도 너무 아쉬운데.. 구글폼이라도 만들어서 연락처라도 받아두는 건 어떨까요? 증원신청 승인되면 그 때 그 번호로 안내 드릴 수 있고요" 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기존의 결정도, 새로 제시해주신 의견도- 더 많은 고객이 불편을 겪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솔루션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고객의 불편이 무엇인지를 해석하는 깊이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강신청이 승인되지 않는 불편은 어찌 보면 피상적인 것이고, 결국 그것으로 인해 고객에게 야기될 진짜 불편함은 '내가 듣고 싶었던 강의를 듣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불편에 대처할 방법을 고민하지 못했던 것이 부끄러웠고, 곧바로 동료의 의견을 수용해 결정을 수정했습니다. 과정 신청 링크로 이동하는 버튼을 그대로 두되 버튼 클릭시 '현재 신청이 불가한 이유와 신청이 가능해지는 예상 시점을 안내하고, 신청이 재개되는 경우 알림 문자를 받고 싶다면 번호를 기재해달라'라는 내용의 구글폼으로 연결되도록 조치했습니다. 기존 결정보다 더 가벼운 솔루션이었기 때문에 반영까지의 시간도 더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고객이 선뜻 자신의 번호를 기입하며 신청 재개시 안내해달라는 응답을 제출했습니다. 약 일주일 간 인기 과정을 판매할 수 없었지만, 증원신청건이 승인된 후 알림신청 고객에 안내 문자를 발송해 과정 신청 절차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03. 이 때의 경험으로 배운 것


상황이 수습된 이후 차분하게 회고하면서 반영하게 된 변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일단 국비지원 과정별 신청 인원 현황이 업데이트되는 대시보드를 제작했습니다. 이 때의 사태를 회고하면서 새롭게 알게된 것은- 특정 기준을 초과하면 증원신청을 미리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증원신청 시점을 적시에 파악하기 위해 현황 파악과 알림을 보내는 대시보드를 제작하고 유관 부서에 전파했습니다. 그 때의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글에서 정리한 바 있습니다. 

다행히 이 이후로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증원신청을 해야 해서 고객의 수강신청에 불편함을 드리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2)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의외의 발견 중 하나로- 수강신청할 수 없는 과정에 대한 고객들의 알림신청 반응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생겨서 수강신청을 막아야 하는 경우 외에도, 아직 기획 중인 과정에 대해서도 알림신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알림신청 모달을 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후 비슷한 컨셉의 과정 중 어느 것을 실제로 출시할지 결정할 때에 알림신청 모달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3) 빨리 결정하는 게 아니라 좋은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실감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쓰기를 준비하며 당시의 슬랙을 찾아보니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의 일들이었습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흘러가는 날들 사이에 어찌 보면 꽤나 오래 전의, 사소한 일 정도일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복잡함도 사실 그리 높지 않았던 경험이지만- 이 때 결정을 수정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종종 떠오릅니다. 각 화면에서 고객이 당면하는 과제와 목표를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되, 결국 이 화면들을 모두 다 거쳐서 고객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초목표는 무엇인가? 를 생각하는 것이 제품 기획력을 높이는 좋은 훈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이 즈음에 처음 했습니다. 막막할 때 이 때의 경험을 다시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주니어 PM의 유저 리서치 - 2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