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진통으로 입원한 지 40일

뮨득 서러워지는 순간

조기진통으로 입원한지도 벌써 40일이나 되었고, 25주 0일 차 임산부였던 나는 앞자리가 3으로 바뀌어 어느덧 30주 4일의 어엿한 후기 임산부가 되었다.

제3자 입장에서는 무척 고생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그렇지는 않다.

의외로 잘 지낸다. 따분한 게 문제지.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의 아침은 다소 이른, 새벽 5시에 시작된다. 5시가 되자마자 전체 불이 켜지며 간호사 선생님들이 들어와 약 10인의 산모를 대상으로 수축검사 및 태동검사를 비롯한 각종 검사를 진행한다. 항생제와 위보호제를 먹고, 혈압과 체온을 잰 후, 수축 및 태동검사를 하는 식이다. 밤 사이의 상태가 어땠는지 묻는 것도 필수다.


매일 하는 수축검사에서 자궁수축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규칙적으로, 또 얼마나 강하게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 지긋지긋한 자궁수축이 내가 병원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니까. 배가 쪼여오며 부풀어오를 때마다 나는 불안해하며 소원한다.


‘이제 그만. 제발 이제 그만 세져라.’

‘여기서 멈추고 어서 빨리 이완되어라.’


그런데 원망스러운 자궁이 수축을 멈추지 않고 더 강하게 수축하게 되면, 나는 불안한 눈길로 자궁수축 검사 기계 상 어느 정도 강도의 수축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한다. 예상보다 낮은 수치이면 안심하고, 수치가 쭉쭉 올라가면 패배감이 든다. 산모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나는 20-30 정도는 아주 약한 정도, 40은 보통 혹은 조금 센 정도, 50-70은 꽤 강하게 느껴진다(매일 다르게 느껴서 정확한 건 아니다). 지금 현재는 자궁수축 억제제인 라보파주를 2단계(15가트)로 맞고 있는데, 몇 주 전엔 상황이 사알짝 호전되어 1단계로 낮춘 적이 있었다. 며칠 동안 수축이 잠잠한가 싶었는데, 약효가 부족했는지 수축이 최고 수치인 100을 넘긴 적도 있었다(그 이후로 다시 2단계로 복귀했지..).


수축 및 태동검사가 끝나면 나는 다시 잠을 이어 자고(내가 새벽 5시에 일어난 건 기적이다. 그런 기적은 입시 준비하던 고등학생 때나 가능했던 것인데, 내 인생에 또 그런 기적이 행해지다니. 물론 타의에 의한 것이니 기적은 아닌 것 같기도), 느지막이 아침밥을 먹고, 다시 혈압/체온/기타 상태/아기 심박수 체크 등을 하고, 어찌어찌 시간을 보내다가 또 점심을 먹고 각종 검사를 반복하고, 저녁을 먹고 또 검사를 한다. 자기 전도 마찬가지.

이외에도 주치의 선생님 및 맥도날드 수술을 해주신 교수님의 회진도 있고, 매주 금요일엔 초음파로 경부 상태 및 아기 상태 체크를 진행한다.


내가 입원한 고위험산모집중치료실에는 산모인 나 외에 보호자가 옆에 상주할 수 없다. 면회도 안 된다. 가끔 내가 필요한 물건을 전달해주는 것은 가능한데, 한 명의 보호자(남편)만 가능하다. 조산기로 입원한 환자들에게 코로나는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당연한 처사이지만, 그래서 입원생활이 더욱 무료하다.


이렇게 규칙적이고, 따분하고, 때로는 불안한 입원생활이 하루하루 이어진다.

반복되는 입원생활을 하는 동안 나의 생각은 아주 단순해진다.


‘오늘의 수축은 어제보다 센 거 같은데? (아닌가?)’

‘오늘은 아래쪽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아닌가?)’

‘오늘은 배가 아주 살짝 아픈 거 같기도 한데? (아닌가?)

‘오늘은 수축 횟수가 왜 이렇게 잦은 거 같지? (아닌가? 평소에도 이런가?)’

‘너무 심심하다’

‘무언가(유튜브 영상, 넷플릭스/티빙 컨텐츠 등)를 보는 거 이제 하고 싶지 않다’

‘읽고 싶은 책이 없다’ (참고로 난 이북리더기가 있다)

‘오늘 나의 몸 상태가 괜찮은 건지, 아니면 좀 안 좋은 건지 나도 정말 모르겠다’

‘재미없어’

‘맛없다’

‘왜 퍽퍽살만 줄까?’

‘원가는 저렴한데 영양분을 챙길 수 있으니 일부러 퍽퍽살만 구입하는 게 틀림없어!’

‘난 소고기가 제일 좋은데’

‘스시 오마카세 가고 싶다’

‘38주까지 한참 남았는데 어떻게 버티지?’

‘지루해’

‘조산하면 어떡하지? 후유증이 무섭다’

‘나도 집에 가고 싶다’

‘저 산모 부럽다’

‘윽 아프겠다’

‘짜증 난다’


그래도 하루하루 무난하다.

의외로 시간이 잘 흘러가고, 4일에 한 번 링거를 교체하며 샤워를 하면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개운함도 느껴진다. 링거 교체 두 번이면 일주일이 흐르고, 그러면 주수도 바뀌니 아주 좋다.



그런데 가끔씩은 터져버린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불안감이 나를 잠식하고, 나는 그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고 결국 눈물 흘리고 만다. 바보 같고, 어린 아이 같다.

다행히 난 최악의 케이스는 아닌 상황이라, 아니 어쩌면 운이 매우 좋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의 설명과 격려, 그리고 남편의 응원을 통해 다시 기분을 회복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불안감도 어찌 보면 별 거 아니다.



그러나 또다시 시무룩해지는 오늘,

이 시무룩한 마음과 슬픔을 글로 쓰고 싶어졌다.


난 이렇게 무난한 하루와 슬픈 하루, 불안한 하루를 반복하며 적어도 34주 이상은 버틸 수 있겠지…?

어쩌면 지금 겪는 이 시련이 일종의 액땜 같은 거여서 앞으로의 나날은 행복하고 좋은 일 위주로만 있겠지…?

내 뱃속에서 꾸물렁/꿀렁/꾸물탱/삐육삐육/꾸욱 움직이고 있는 아기는 무사히 잘 태어나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지…?!


오늘은 수축이 올 때마다 얼굴에 피가 쏠리고 기도가 조여오는 듯한 숨 막히는 느낌이 평소보다 강한 것 같아 괴롭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슬프다.

힘내겠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이대로 끝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