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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co Apr 28. 2020

집 활용법

내 집 내 사용법

옛것을 사랑하고 순수한 재료와 순수 광물을 사용한 디자인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쓰려고 했지만 쓰지 못한 수많은 기획서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시도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건축을 하는 디자이너의 이야기, 그냥 통칭하여 디자이너라 부르지만 어떤 직업적 명제로도, 사실, 지칭할 수 없는 디자이너 a입니다. a는 건축 혹은 공간 디자이너로 살아가기에 일단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에 대해 다양한 접근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렵지 않게 일상생활과 밀접한 것들을 써보려 합니다.


서울에서의 5번째 집

   남향의 빛이 잘 드는 집으로 이사하고, 설계하고 리모델링하고, 본격적인 미니멀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한 것은 벌써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몇 년 전의 일을 시작하지 못한 것은, 그리고 지금에서야 시작하게 된 것은, 여러 집을 거치면서 성장한 집에 대한 생각으로 생활방식도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생활 방식을 전달함으로써 바뀐 주변의 사람들의 지금까지의 경험을 정리하고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이 글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면 즐겁겠다는 생각이 여러 번 겹쳤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생활방식이 다르겠지만 그 안에서 디테일 한 부분들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랩니다. 

<<집을 소개하면서 집에 대한 사용법을 이야기해 나갈 동안 나올 집들과 사진들은 본인의 디자인 사무소인 DaA.M에서 설계하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렸으며 저작권이 있습니다.>>


[시작하면서] a의 생활

학생으로서의 생활이 끝나던 날 나는 스스로의 생활을 시작했다. 살림 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자체에 대한 중요성도 모르고 있었다. 본인의 직업이 공간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자신의 집에 대한 비중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일에 치여 생각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단순히 출근 시간이 다되어 겨우겨우 일어나고 준비하고 나가면 집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늦은 퇴근 탓에 집은, 떠나고 돌아오고를 반복하는 정류장이었을 뿐이었다. 정류장엔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다. 연료와 주차공간만 있으면 되었고 집안에서 그나마 중요하던 나만의 공간은 욕실 정도 랄까? 집 밖에서는 편안한 욕실을 제공받기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4년 정도의 시간을 지내 왔던 것 같다. 독립한 지 5년째 되던 해 원래 지내던 곳이 재개발로 얼룩지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내가 살던 빌라가 구석으로 몰리면서 나는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직장 생활도 익숙해지고 한터라 자신의 생활에 조금씩 의문을 재기하던 참이었다. 아파트 사이에 둘러싸여 있던 게 너무 싫었다고 느꼈기에 최대한 높은 건물들이 없는 곳을 찾아 쉬는 날마다 서울의 여기저기를 다녀 보았다. 그 와중에 강남이지만 한적한 마을을 찾게 되었고, 사실 첫 직장이 그 근처여서 알고 있던 장소였는데도, 그땐 생각 못했지만 여기라면 살기 좋겠구나 하느 생각이 문득 들게 되었다. 

그래서 찾게 된 집. 여기서부터는 집을 구하는 기준이 조금 바뀌었는데 빌라 자체의 건축 년수나 상태보다는 그 빌라가 입지 한 주변 환경의 인프라에 관심을 더 갖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구조만 괜찮으면 웬만하면 직접 고칠 수 있기 때문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에는 셀프 인테리어 같은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쨌든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고 집주인을 설득하고 회사의 도움을 받아 집을 고쳐서 지내기 시작했다.

그때는 고쳐봐야 바닥, 벽 마감 정도였지만 후에 주방 타일과 가구 색도 바꾸면서 조금 자신의 분위기에 맞는 집으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집을 구하자마자 일이 있어 런던으로 가게 되고 1년 정도 후에 다시 돌아와 그 집에 살게 되었지만, 그 경험으로 더욱더 나만의 공간으로서 굳혀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집에서 7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 사이에 처음과는 다르게 집으로 친구가 찾아오기도 하고, 그로 인해 요리를 하거나 하는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자연히 요리 도구 라던지 청소 도구라던지 가구의 쓰임새 같은 디테일에 더욱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생활 동안 건축일을 하면서 집이라는 공간에서의 일상의 세세한 부분들과 쓰임에 대해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7년의 집

[ 7년의 집 ]

공간 활용 영역이 점점 늘어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이 생겨 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살림살이도 제법 늘어났다. 집은 더 이상 우주 정거장이 아녔으며 나의 우주가 되어 가고 있었다. 처음엔 카오스 자체인 우주였을 것 같다. 어떠한 정의나 기준 없이 단순히 귀엽다, 이쁘다며 늘어난 물건들은 더 이상 공간에서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여러 번의 이사와 짧지만 강렬했던 외국의 생활등으로 보이지 않는 짐은 더욱 많아졌고 안 쓰는 물건은 더 많아졌다. 해외 생활과 여행하면서 모아 온 브로슈어, 기념품, 여기저기 쌓여버린 티켓과 영수증들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쉬 버릴 수가 없었다. 이사를 했다. 처음엔 모든 걸 다 옮겼고, 다음엔 가지고 갈 수 없어 버리게 되었고, 잦은 여행에서 최소한의 짐으로 생활도 해보게 되었지만 그 후에 집에 돌아오면 경험만큼의 짐도 늘어나 있었다.

7년의 집

여행에서, 일하면서, 살면서 30여 년의 자신의 축척 물들이 본인을 대변한다 생각하며 여기저기 쌓여가고 있을무렵. 그 당시는 인스타 같은 sns도 활발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sns에서 라는 가상의 공간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처럼 나는 내 집에 그 집이 가상의 공간이 되어 그 안에 존재하는 사물 하나하나가 자신을 표현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의 수집품이 전혀 쓸모없다는 것은 아니며 게 중에는 지금도 남아서 즐거움을 주는 물건들도 존재한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그때는 그 물건의 존재가 먼저였다면, 지금은 그 물건을 사용하는 내가 먼저라는 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잔뜩 늘어져 있는 전리품들을 보면서 소소하게 기뻤고, 안정이 되었음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비로소 나에게 필요한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7년의 방랑한 생활이 결혼이라는 새로운 이벤트를 맞아 끝나게 되고, 두 사람의 공간으로 옮겨지게 되면서, 나는 집이라는 공간의 생각에 대하여 세 번째 전환점을 맞게 된다.

결혼을 하고 생활이 점점 안정되어 가자 어쩌면 쓸지도 몰라하는 물건들에 '어쩌면'이 점점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컬렉션이라 생각했던 수집품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 보이게 되었다. 그러던 중 미니멀이라는 생활방식도 알게 되고 킨포크라는 라이프 스타일도 보게 되고 단샤리니 와비 사비니 하는 일본의 어떤 생활방식들도 알게 되었다. 아니 그전에 서울생활에서 내가 구할 수 있는 좁은 공간을 넓게 쓰고 싶어 비우기 시작하고 있었고 비우며 관심을 가지다 보니 그러한 생활방식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니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이 별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이나 다른 사람의 생활은 나와는 다르고 알려주지 않은 것도 많았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서 미니멀+공간+삶의 방식이 내가 하는 일과 더욱 밀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미니멀을 하자'라기보다 어떻게 삶을 간결하고 아름답게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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