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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쓰지 Jun 10. 2020

대기업 숫자쟁이의 업무노트

재경직군은 이렇게 생겼다

김쓰지는 재경직군 3년 차 회사원이다.

다른 직업군에서 뭔가 안정적일 것 같은 feel 하나만을 가지고 직무를 바꿔 새직장에 들어왔다.

역시 feel은 feel에 불과한 법

재경직군에서 3년을 갈고닦으면 숫자 노비로 진화하게 되면서 자다가도 뭔가 일이 잘못되었을 것 같은 불안감에 눈을 번쩍 뜰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은근한 보람이 있는 아이러니한 매력(?)이 있어 꾹 참고 한번 해보는 중이다.


재경직군으로 오고 싶어 하는 취준생, 이 직군이 그냥 흥미로운 회사원, 다른 회사 재경직이 궁금한 재경러들을 위해

평상시에 보고 느끼고 알아가는 것들을 전반적으로 써보려고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먼저, 재경직군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회사가 이렇게 되어있다.


재경직군은 범위가 정말 넓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본사에 기획, 자금, 무역금융, 금융, tax, 회계, 전략(재경에 포함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고!) 등의 function조직이 있고
각 사업장에서 공장과 연구소에서 원가관리, 경영관리를 하는 조직이 있다.


<1층 : 본사 재경 function조직>
본사를 1층으로 배치한 것은 본사에서 든든하게 사업부를 받쳐주고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본사에서는 각 조직별로 전문적인 한 분야의 업무만을 진행하는데, 본사 조직은 전사에 중요한 업무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ex. 사업계획 수립, 전략보고), 일정을 수립하고

결과를 취합해서 보고하며 동시에 사업장에서 의도한 대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본사에서 업무를 하려면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하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회사의 의사결정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자가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 수집능력, 명확한 보고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한 건의 허위보고가 수백억, 수천억을 날릴 수도 있다.


이 능력과 더불어서 사업부와 소통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소통능력도 갖춰야 한다.

사업부는 절대 시킨다고 시간 내에 회신을 주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사업부와 좋은 관계 유지 및 약간의 카리스마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카리스마를 유지하려면 전문성이 꼭 필요하다.

뭐 업무에 대한 지식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메일을 보내서

[오늘까지 재고 실사 계획 회신 주셔야 되는데요]

라고 하면 분명히 사업부에서는 [그걸 왜 오늘까지 줘야 하죠?]라고 회신을 할 거다.

그럴 때 업무 프로세스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사업부에 말리지 않을 수 있다.


<2층 : 사업장/연구소 관리조직>

사업장에서는 현장에서 현업과 함께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사업장에서는 하나의 팀이 현업에서 문제가 생긴 여러 분야의 일을 맡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본사 조직처럼 분야별 전문성보다는(당연히 경영관리, 원가관리 분야에서는 사업장이 본사보다 큰집이지만) 멀티 태스킹 능력이 중요하다.


말일쯤 되어서 마감이 닥쳐오면

이런 전화, 문자, 메신저가 빗발친다


[오늘이 말일인데 비용처리가 안돼요 ㅠㅠ]

[이번 달 안에 개발 완료시켜야 하는 제품이 있는데 수익성 하루 만에 뽑아서 시스템 등록해주세요..]

[거래처 A채권잔액 얼마 남았는지 알려주세요~]

[갑자기 기타 출고할 건이 생겼는데 계정 뭐로 넣으면 돼요?]


그렇다.

이 시점에서 사업장 담당자인 필자는 화가 나기 시작한다.

이미 쓴 비용을 왜 말일이 되어서야 처리할까...

개발 완료 예정일은 등록할 때부터 원래가 내일이었는데 3개월 동안 뭐하고 이제 수익성을 뽑아 달라고 할까...

거래처 잔액은 너도 뽑을 수 있을 텐데 이걸 나를 시키네...

등등


재경을 위한 변명을 하자면(나를 포함한)

사실 약간 재수 없게 굴어야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 부분은 반성하고 가야겠다.


사업장에서 담당하고 있는 큰 일들을 추려보면

1) 재무결산 및 실적 마감

2) 해외생산법인을 포함하여 제품별/모델별 연결 수익성 결산 수행

3) 제품별 전략

4) 미래 구간 실적 예측

5) 현금흐름 관리

6) 기타 현업 업무 지원

등등이 있다.


1번부터 6번 업무까지 하나 소홀할 수 있는 업무가 없어서 항상 예민한 자세로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

결산 등의 주요 프로세스는 나중에 큰 주제로 써보려고 한다.

참 안 좋은 사이클이지만 예민해지니 몸에 무리가 오고, 피로한 몸으로 고강도 업무를 계속해야 하니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주변 선임들 중에서 병원에 안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 만만한 직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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