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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호 May 13. 2020

그들은 우리에게 입시공부를 왜 강요할까?



청년들이여 꿈을 가져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괜히 시비를 걸고 싶어 진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 물어보고 싶다. 우리는 살면서 성적으로 판단되어 왔다. 공부를 못하면 못난 사람, 잘하면 잘난 사람. 인생의 모든 것을 성적이라는 잣대에 대는데 어떡 하란 거지.


 아니 언제는 공부만 하라고 하더니, 갑자기 꿈을 꾸라고 하네? 그런 거 생각 안 해봤다고 하면, 그동안 뭐했냐고 물어본다. 여러분들이 꿈을 가지지 않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절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이따위 입시 제도를 만든 기성세대에게 분노를 해도 모자를 판국이다. 나는 진지하게 그들이 이중인격자인지 고민해본 적도 있다.


 근데 잠깐, 이상한 게 하나 있다. 20년 전의 입시제도는 지금 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다. 근데 이 사람들도 사람이라면 공부가 싫지 않았을까? 근데 왜 우리한테는 공부하라고 강요만 하는 것일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그들의 생각에 반대표를 던지기 위해, 20년 전의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자.


기성세대가 살아온 삶
이 당시에도 수능의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사실 기성세대의 어른들도 우리가 별반 차이가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아니, 오히려 심했다. 1995년 전까진 문이과의 구분이 없어 모든 학생이 사회 탐구와 과학 탐구를 같이 쳤다. 그러니까 탐구영역만 10과목 정도를 봐야 했다는 거다. 이후 문이과가 구분되어도, 각각 공부해야 하는 탐구영역은 5과목이 넘어갔다. 인터넷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을 때라 지방에 살거나 돈이 없으면 인강도 제대로 보기 힘들다. 난 이때 고3이었으면, 공부 때려치웠을 것 같다.


 대학생들은 더 상황이 좋지 못하다. 당시에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반발도 심했고, 학생운동도 많이 할 때였다. 그래서 학교에 등교를 하지 못하는 상황도 빈번했다고 한다. 근데 또, 학점은 살벌하기 그지없다. 공대생인 내가 졸업학점이 136인데, 이 당시 공대의 졸업 학점은 190이었다. 무슨 직장인 마냥 매일 7시에 수업이 마친다고 하네. 게다가 실험을 하면, 데이터를 손으로 일일이 기록했어야 한다고 하니 과제의 분량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리보고 조리 봐도 이 사람들은 공부를 싫어하면 싫어했지, 안 그럴 수가 없는 세대이다. 그런데 왜 우리한테 공부를 시키는 걸까? 바로,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전 세계에서 유래 없는 발전을 해왔다. 이 당시 학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다들 희망이 있었다. 내가 지금은 가난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하리라는 희망.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1995년까지 대한민국의 대학교 진학률은 50%를 넘지 못했다. 급격히 성장하는 사회에서 대졸자는 필요한 인재였다. 그래서 이 때는 괜찮은 대학에서 졸업만 하면 취업은 보장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싿.


 이 들은 이런 시대를 살아왔다. 그렇게 20년이 지나고 우리의 부모님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이다. 공부가 돈 벌기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그들과 우리는 다른 것을 원한다.


What Makes You Move?



 현대 자동차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항상 묻는 질문이다.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는가?' 완성차를 만드는 기업답게 사람의 원동력을 자동차에 비유하여 묻는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문장이다. 당신의 인생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도록 만드는가? 나는 질문을 던져보겠다.


 기성세대는 답한다.

"가난한 삶을 탈출할 방법은 공부다. 공부보다 편하게 성공하는 방법은 없다."


 기성세대를 움직이는 것은 가난하기 싫은 마음이었다. 전쟁이 끝난 직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고, 길거리엔 수많은 전쟁고아들이 있었다. 그 당시의 어른들은 배고픔이 싫어 악착같이 살아왔다. 그리고 자녀만큼은 편하게 살길 바랬기에 공부를 시켰다. 이 당시 열심히 공부했던 사람들은 이제 명예와 부를 얻었다. 이들에게 '공부 = 성공'은 증명된 공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은 말한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어차피 공부 잘해도 성공은 못 하지 않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GDP(국내 총생산량)의 OECD 국가 중 10~15위 정도로 올라와 있으며, 선진국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 바꿔 말하면, 어떻게 살아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당장 아르바이트를 해도 시간당 8,590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알바 자리가 사라지고 있긴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의 국민은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하기만 하면, 웬만해서는 굶어 죽을 일은 없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서 로켓단이 바라는 밝은 미래는 없다. 2020년의 대한민국은 연간 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25세~34세의 청년층은 대학 졸업자가 69.6%에 육박한다. 10명 중에서 7명이 대학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나라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고학력자는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제조업은 위기에 봉착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사라졌다. 어떻게든 노력해서 취업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부동산 가격은 미친 듯이 치솟아 오르고 있으며, 평생을 회사에서 일해서 살 수 있는 것은 집 한 채와 차. 물가는 또 어떤가? 밥 한 끼에 만원을 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이런 사회는 우리는 생각한다. 개고생을 해도 돈을 못 벌고 대충 살아도 먹고살 수는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우리와 기성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의 부모님은 당신에게 그렇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이다. 애초에 나라가 너무 급하게 발전을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지금도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대기업에 입사한다면 꽤 괜찮은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확률이 너무나도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당신은 생각 없는 공부를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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