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 하나 없던 그때 마흔 살 무렵, 나는 모든 면에서 내 인생 최저의 자존감을 갱신하고 있었다. 자존감은 실제적으로 벌어지는 일과 그 결과에 따라 높아지기도 낮아지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응, 내가 지금 이것을 처음으로 해보는 게 아니잖니? 그동안 이것저것다 시도해 보는데 들어간 돈과 시간과 품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해. 그걸 다아- 해보고나서야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겨우 얻게 된 거야. 그래 이제 좀 편해졌는데 뭐 어쩌라고."
라고 그때의 나는오목조목하게대꾸하지 못했다.
쪽팔림 혹은 돈지랄, 헛짓거리 등 이삼십 대를 지나는 동안 心상 身상에 데미지를 남기고그렇게 얻은 값진 시행착오는 지금 내 몸에 편한 "걸치는 것/ 바르는 것/ 먹는 것/ 일/ 관계/ 루틴/ 기타 등등"이 되어있다. 그래.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오늘과 다르니 앞으로도 실험은 계속되겠지만 꽤 많은 부분,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 건 사실이고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만큼 평화의면적이 넓어졌다.
며칠 전에 정말 오랜만에 인상적인 광고 카피를 영접하고는 입 밖으로 오렌지주스를 흘릴 뻔했다.
처음 귀에 꽂힌 내레이션은 이러했다.
보는 눈, 그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 수만 번의 좌절 끝에 마침내 얻게 되는 거지.
그러니 너의 실패는 절대 헛된 게 아니야.
Keep trying Keep it going
너, 보는 눈 있잖아?
와, 풍성한 노이즈. 정확한 딕션. 확실한 메시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멋진 윤미래의 음성이었다.
물론 그 광고는 "그러니 계속해서 이것저것 입어보고 시도해봐. 너도 슈퍼스타 될 수 있어."가 골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