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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
May 14. 2023
다행인 휴일 오후
지난주는 평일 동안 내내 비빔면이 먹고 싶었다.
금요일
점심은
팀
외식데이인데
생선구이집이 대세가 되어 (끌려) 가는 바람에 함흥냉면/ 비빔면 같은,
그런 종류의 것을 먹고 싶은 나의 바람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럴 땐 주말에 풀면 되지.
어제 먹다 남은 연어초밥 3피스를 곁들여 비빔면을 해 먹고
슬링백에 책 한 권과 사과 하나를 넣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향한다'라는 말이 맞는 것이, 목적지는 도서관이지만 그 방향에 있는 작은 숲과 아카시아동산 아래서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며 휴일 중 반나절을 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中
아이들과 비양도에 왔다며 그 예전의 우리가 생각난다는 친구에게서 사진톡이 왔다.
보람아, 그때는 정확히 2013년도이고 6월이었어. 나 제주살이 할 때니까.
십 년 세월이 무엇이길래 자유롭던 니가 결혼을 하고 이 보물들도 나타났구나.
친구라고는 하나 띠동갑 아래의 동생. 문득 그 무렵의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책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는데 계속 미소가 머금어지는 것을 보니
역시
참
잘한
선택이었
다.
들어오는 길에는 머리를 잘랐다. 아니 머리카락을. 아주 홀가분한 서타일로.
얼굴도 이렇게 바꾸고 싶지만 내가 이렇게 되려면 하나뿐인 생명까지 걸어야 할 것이므로
이번 생엔 참기로 한다. 헤어스타일만 닮게 자른 것만으로도 흡족하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저기 운동장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아빠랑 뛰는 아이들
엄빠랑 배드민턴 치는 아이들,
벤치
에 앉아 볕 쬐는 어르신들, 나른하게 일요일 오후를 누리는 사람들. ..
재난영화에서 괴물이 나타나기 직전엔 꼭 보여주는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의 모습들이다.
딱 그와 닮았고 아무 일 없어 참 다행이다.
멀리서 소식을 전해오는 친구도 나도 이 자리에 앉아 내가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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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N km/h로 가고 있는 사람. 지금 기록해두고 싶은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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