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어떤 부모로 기억될까?
오늘의 나는 어떤 부모로 기억될까?
이 질문 듣자마자 "화내는 엄마" 가 바로 떠올랐다.
좋은 엄마이고 싶은데, 왜 자꾸 나는 화가 날까...
내가 화가 나는 상황들을 찬찬히 떠올려 보니, 주로 내가 너무 힘들 때였다. 또 애썼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내 생각과 다를 때 '욱'하는 내 모습을 알아차릴 수 있다.
화내는 엄마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 노력 중인데.. 참 잘 안된다.
화내지 않기 위해, 힘들지 않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기로 다짐하고... 덜어내고 또 덜어내는 중이다.
지난주부터 갑자기 학교에 소환되어 생각지도 못한 바쁨이 밀려왔다. 휴직 중인데... 코로나 확진된 교사가 너무 많아 빈자리를 대신할 강사를 구할 수 없게 되니, 교육청에서 휴직 중인 교사도 강사로 채용할 수 있게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교감선생님의 급한 호출로 다시 시간강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휴직인데.. 휴직 같지 않은...
그래서 저녁밥은 사 먹기로 했다. 내 몸이 힘들어지면 고스란히 그 몫은 아이들에게 화로 돌아가니깐. 뿐만 아니라 아이와 같이 매일 공부하기로 한 것도 당분간은 내려놓기로 했다. 나도 쉴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리곤 나 자신에게 더 잘해주려고 노력했다. 아이 하교 전 10분이 남았는데, 좋아하는 커피를 차에서 후루룩 마시고 아이를 만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날 때는...
버럭! 욱! 하기 전에 내 마음을 얘기했다.
(두 아이를 붙잡고 하소연한 것 같기도 하고...)
둘째가 첫째의 학교에서 놀면 좋겠다 싶어 둘째 아이를 데리고 첫째의 학교에 갔는데, 둘이 놀기는커녕 모래 놀이하며 싸우기만 하더라. 여기서 욱이 올라왔지만... 참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운전해서 집에 오는 길, 두 아이는 피자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동네 아파트에 장이 선 곳이 있어 가서 사 오기로 했다.
도착했는데 바이킹 트럭을 본 아이들의 눈이 번쩍!!
"엄마 저거 태워줘 타자 타자 타자!"를 반복~!
음식들 다 사고 '딱 한번!'만 타기로 약속하고 바이킹을 타러 갔다. 두 아이가 두 손을 꼭 잡고 바이킹 앞에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잘 왔다!' 싶었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바이킹 타는 시간.
빨리 집에 가서 해야 할 것들이 떠올라 초조해지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바이킹에서 내려오면서 "한번 더 태워줘 한번 더 한번 더!"를 외친다.
"약속했잖아~~"라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화내지 말아야지.. 를 다짐하고 아이들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했다.
"한번 더 타고 싶은 만큼 재밌었어?
엄마는 OO가 먹고 싶은 것도 사주고 싶고, 타고 싶다는 것도 태워주고 싶어~
엄마로서 잘하고 싶어,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OO가 약속을 안 지켜서 속상해
그리고 집에 가서 해야 할 것들도 많아서 마음이 급해~
그니깐 다음 주에 또 와서 타자!
이제 매주 목요일에 바이킹 트럭 아저씨 오는 거 알게 되었으니까 또 오자!"
오늘의 나... 아이들은 어떤 부모로 기억할까?
내가 기억하는 오늘의 나는,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부모, 잘하고 싶은 부모다.
그리고 잘하고 싶은 내 마음을 어여삐 바라보는 부모다.
저녁에 남편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오빠는 아이들이 어떤 부모로 기억할 것 같아?"
"나는 뭐.. 잘 놀아주고 캠핑 가고.. 그러다 버럭 하는 아빠?이지 않을까?"
라고 무덤덤하게 말하는 남편의 말에 묘하게 위로받는다.
'나랑 비슷하네? 나만 많이 화내는 줄 알았는데?!' 이런 느낌이랄까.
그럼 나는 아이들이 나를 어떤 부모로 기억했으면 좋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엄마
이 마음은 지금도 갖고 있는데. 이미 충분한가?
그런데 내 아이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도 아이와 조금씩 자라며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들을 잘 누리고 싶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오늘의 부모도 소중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부모로서 나 자신도 어여삐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