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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라인 Feb 15. 2024

물가 상승을 못 따라가는 중동 항공사 승무원 월급

10년 째 동결인 외항사 승무원 월급

9년 전 내가 승무원이 됐을 때 중동 항공사 승무원으로서의 나의 월급은 세후 대한민국 대기업 평균 월급 정도였다. 20대 중반 당시에 그 월급은 남들이 다들 부러워할 정도였고, 거기다가 세금도 안 냈기 때문에 버는 족족 내 통장에 꽂히니 돈 무서운지도 모르고 여행도 실컷 다니고 샤넬 가방 에르메스 신발 등 사고 싶은 거 다 샀더랬다. 그리고 약 1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물가 상승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고 최저 시급 역시 거의 두 배가 올랐다.





그렇다면 중동 항공사 승무원의 월급은 어떨까?


정답은 그대로다. 10년 전에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약간의 기본급 상승, 비행 수당 상승은 있지만 물가상승률, 집값 상승률을 감안하면 놀랄 만큼 미미하다.




거기다가 우리 회사는 이번 달부터 두티 아워로 비행 수당을 계산해 줬던 방식에서 블락 아워로 비행 수당을 계산해 주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다른 중동 항공사에 비해 월급 메리트가 더 이상 없어지게 되었다.



10년 전, 15년 전 그때는 한국인들이 중동으로 돈 벌러 간다는 말이 통하는 사회였다. 오일 머니니 뭐니 하면서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으로 외화벌이를 하러 많은 사람들이 왔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사이에 한국이 너무 많이 변했다. 너무 많이 잘나 졌다. 중동에서 승무원으로서 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힘든 노동 강도를 견딜 이유가 없어졌다.


물론 중동 항공사 승무원으로서의 삶에 만족해하는 사람도 있다. 다 힘들어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숫자가 말해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잠깐만 일하고 중동을 떠나는지.



지난해 내 동기들 중 나를 포함한 최종 5인만 남았었다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올 해는 3인만 남았다. 과연 최후의 1인은 누가 될 것인가?



덧붙여, 지금 현재 내 주변에 한국인 동기들이나 한국인 친구들이 많아도 3년 뒤에는 절반, 5년 뒤에는 한 손가락에 꼽는 사람들만 남아 있게 되는 게 중동 항공사 승무원 현실이다. 승무원은 예체능 바닥이다. 5년 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지에 대해 비행 하면서도 꼭 생각해 보고 나 자신에게 틈틈이 물어보도록 하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중동 항공사 승무원 합격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중동에서 돈 버는 모든 외노자들 다 파이팅



아부다비 돌아가는 날이 점점 돌아와서 화나서 쓰는 글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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