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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라인 Feb 18. 2024

중동 항공사 승무원 중에 독일인이 없는 이유

엊그제 올린 ”물가상승을 못 따라가는 중동 항공사 승무원의 월급“ 글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다.



https://m.blog.naver.com/ey856/223353933718



그리고 왜 인지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도 계셨다. 도대체 왜? 중동 항공사 승무원들의 월급은 몇십 년째 그대로인 것일까?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동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내가 말하는 이 “중동” 이란 걸프 국가, 즉 Gulf Cooperation Council, GCC에 가입된 6개의 국가들을 말하며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

그들은 남자는 하얀 전통 옷 칸두라, 여성은 아바야를 입고 히잡을 쓴다. 자국민이 별로 없거나 힘든 3D 업종은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일들을 대신해줄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요한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스방파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혹은 필리핀 출신의 값싼 노동자들을 많이 데려온다.

예를 들면 두바이나 아부다비로 여행을 오면 50도를 육박하는 그 더운 날 건물 밖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는 배달부, 식당 종업원, 미용실, 호텔 리셉션, 나아가서는 승무원이나 변호사, 의사까지 대부분의 서비스직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자국민들은 어떤 일을 하느냐? 내가 살고 있는 아랍에미레이트를 예로 들면 공무원이나 경찰, 혹은 고위급 관리직, 사업 등 말 그대로 주요직을 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머리카락을 무조건 가려야 하고 술을 따를 수 없기 때문에 여성이 대부분인 서비스직은 필리핀이나 인도 같은 나라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100% 도맡아 한다. 머리카락을 드러내고 유니폼을 입고 술을 따라줘야 하는 서비스가 있는 승무원 직종도 마찬가지로 걸프 국가 출신의 여성은 거의 없다. 내가 일하면서 몇 명을 보긴 했는데 다 혼혈 (아빠가 아랍에미레이트 출신, 엄마가 모로코 출신 등)이었다. 그들은 항공업계에서 파일럿을 하지 승무원은 하지 않는다. (슬픈 현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보장이 선진국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다. 예를 들면, 노동자 조합이나 회사를 상대로 단체로 모여서 데모를 하는 게 이 나라에서는 불법이다. 혹시라도 하게 된다면 감옥에 간다. 한국이었으면 난리 나고 뉴스에 나올법한 일들도 여기선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들은 안다. 외국인 노동자는 또 데려오면 되기 때문에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줄 필요가 없다는 걸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창 중동 가서 오일머니 벌어오자 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외국도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자국의 평균 월급이 매우 낮은 개발 도상국 같은 경우 이러나저러나 본토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중동에서 일하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낫기 때문에 다들 버티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항공업계 역시 승무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 다른 나라에서 또 고용하면 되니까. 실제로 승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하고 이 정도의 월급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해서 인디아, 스리랑카 서남아시아, 평균 임금이 낮은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루마니아, 세르비아, 우크라이나 등의 유럽 국가, 브라질 같은 남미, 러시아, 중앙아시아, 걸프를 제외한 아랍국가, 아랍어를 구사하는 북아프리카부터 중앙아프리카까지.

베트남이나 인도, 필리핀 출신의 사람들은 중동 항공사의 승무원이 되면 집안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들었다. 그들에겐 거절할 수 없는 연봉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경우는 다르다. 중동에서 받는 월급을 한국에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북유럽, 미국, 독일 출신의 중동 항공사 승무원들은 거의 보질 못했다. 그들에게는 중동이라는 나라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중동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내가 중동에 온 걸 후회한다는 게 아니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 자유로운 외국 생활, 오지랖과 눈치 볼 일이 없는 편안함, 약자인 여성 우대 등 여기서의 생활 역시 장점이 많다. 하지만 중동 항공사 승무원의 월급은 직책이 바뀌지 않는 한 거의 그대로이며 선진국 출신의 동료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내가 알고 오는 것과 모르고 오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난 계속해서 중동항공사 승무원의 현실을 알려줄 생각이다. 외항사 승무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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