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만 원 벌금 본 적 있니? 어마무시한 두바이 아부다비 벌금 세계
병가 중에 신분증 재발급과 은행 카드 재발급 기다리면서 진행 과정이 너무 더디고 비효율적이다 보니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났다. 병원 예약 한 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진료 취소 세 번 당하고 (핑계는 의사가 응급 수술 들어갔다고 함. 그 병원에 의사가 그 사람 밖에 없나) 신분증 등기 택배 아저씨가 오기로 한 다음 날 왔는 데 (이럴 거면 택배 수령 가능 시간 왜 물어보는 건지) 그것 보다 내 아랍에미레이트 10년 생활에 제일 충격적이었던 일은 바로 벌금 560만 원 고지서가 날아온 날이다.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 때문에 아부다비 국경이 닫힌 4년 전.
한국이랑은 다르게 아랍에미레이트 국가는 국경을 굳게 잠그고 모든 거주자들에게 집에만 있게 하는, 락 다운(Lock down) 정책을 실시했다.
지금 생각하면 까마득하지만 그때 당시 썼던 4년 전 아부다비 일상 글 참고
https://m.blog.naver.com/ey856/221900724453
그러다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비행을 슬슬 시작했는데, 중국 비행 같은 경우는 악명이 너무 높아서 하기 싫어하는 승무원들이 많다 보니 비행 수당 더 주겠다고 하면서 자원을 받았고 (중국이 코로나 터진 곳이기도 하고 PCR을 중국 도착해서 한 세 번 해야 하기 때문에 승무원들이 다들 하기 싫어했음) 숙소 별로 돌아가면서 소수의 승무원들이 돌아가면서 비행을 시작했다. 내 2020년 스케줄을 보아하니 4월과 5월은 비행이 하나도 없었고 6월 말에 파리 비행 하나, 7월에 인천 비행 하나, 8월에 파리 비행 하나를 했다. 당연히 그 사이사이에 수도 없이 PCR test를 했고, 리커런트도 있었고, 몇천 명이 갑자기 정리해고 되는 일도 있었다.
2022년 1월 중국 상하이 비행 후기
https://m.blog.naver.com/ey856/222612683477
여하튼, 이 시기에 아부다비 정부도 에티하드항공도 락다운을 꽤나 길게 했다. 공식적으로 출국 금지를 시켰기 때문에 고향에 돌아가고 싶거나 피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출국해야 하는 사람들은 아부다비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정책을 어기는 사람들한텐 어마어마한 벌금을 부과했고, 심지어 여권을 압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회사가 비행하라면 비행하고, 락다운 하라면 집 안에만 있고, 슈퍼 갈 수 있는 날에만 장 보곤 했는데 어느 날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아랍어로 문자가 와서 친구한테 물어보니 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5000 디람의 벌금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어플을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진짜로 내 앞으로 벌금이 부과가 되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다시 문자가 왔다. 똑같은 내용이었는데 이번엔 10000 디람을 내라는 내용...
어플 안에는 내가 언제 왜 규정을 위반했는지 나와있었는데, 그날은 내가 맨체스터 비행을 하기 위해 출국한 날이었다. 락 다운을 해서 모든 사람이 출국 금지인데 내가 정부 허락 없이 출국했기 때문에 벌금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나뿐만이 아니고 정말 많은 숫자의 승무원들이 똑같은 내용으로 벌금 고지서가 날아와서 회사에서 벌금 취소를 위해 도와주긴 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 길고 괴로웠다. 살면서 한국에서도 벌금 한 번 내본 적 없는데 다른 나라 와서 15000 디람이라는 이렇게 큰 벌금 고지서가 날아온 것도 스트레스였고, 변제해 달라고 각종 증명서와 함께 검찰에 수도 없이 청원을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긴 시간 묵묵부답이었기 때문이다...
한참이 지난 뒤에, 정말 허무하리만큼 쉽게 진행이 되긴 했는데 그 일이 있고 나서 정말 나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참고로 벌금이 1800만 원 나온 동료도 있었고, 여권 압수 당한 경우도 있어서 나는 어떻게 보면 잘 해결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새 아부다비 두바이 관광 와서 차를 렌트하고 속도위반 벌금을 내는 한국인들을 종종 본다. 한국이랑은 다르게 약 20-30만 원 정도 하는 큰돈인데 원래 이 나라는 벌금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그리고 벌금 안내면 당연히 나중에 불이익이 온다. 속도위반 벌금이 이렇게나 비싸다고? 신호위반 벌금이 이렇게나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네... 이 나라는 벌금이 삼십만 원, 오백만 원, 천만 원 단위예요. 참고로 한국에서는 흔한(?) 음주운전... 이 나라에서 음주운전으로 걸리면 30000 디람, 한화로 약 1120만 원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음주운전 관련 벌금을 이 정도로 세게 부과했으면 좋겠음..
다시 한번 느낀다.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걸..........
그나저나 내 카드는 언제 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