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능에 한계는 없다

책 "Limitless Mind" (한글 제목 : 언락) 리뷰

by SSM

아마존 킨들에서 읽을만한 책들을 둘러보다가 제목과 밝은 책 커버가 인상깊어 바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사실 비즈니스 섹션에 있던 책이었고, 또 제목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보니 처음에는 흔한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알고보니 교육과 뇌과학에 관한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책은 기본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편견에 의문을 던진다 : "과연 사람마다 정해진 재능이 있는 것일까?" 저자의 답은 "아니오"이다. Nature vs Nurture 의 대결은 현대 교육학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지점이기도하다. 사람은 각자의 지능 수준 및 재능을 타고난다는 Nature의 입장과, 모든 사람은 비슷한 지능수준 및 소위 'Blank State' 속에서 교육을 통해 그 지능수준이 생후에 결정된다는 입장 간의 대결인데, 아직까지는 명확한 승자는 없는 듯 하다.


이 책은, 물론 그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지만, Nurture의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우리가 흔히 "나는 수학머리가 없어" 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우리가 수학을 못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며, 이렇게 흔히 이과 과목(STEM subjects)에서 학생들이 쉽게 좌절하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실 '수학 머리'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창의적인 교육 방식이 채택된다면 모두가 어려운 과목에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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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수학머리 같은 건 없다


책에서는 이런 교육이 가능하게끔 하는 6가지의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한다(의역 주의)


우리가 배울 때 마다 우리의 Neural Pathway(신경 경로)가 생기고 강화된다.

우리는 고민하고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뇌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우리가 믿음을 바꿀 때 우리의 뇌 역시 바뀐다.

우리가 다각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할 때 교육 효과는 극대화된다.

속도보다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의 촉진이 중요하다

타인과 공유하고 연결될 때 교육은 활성화 된다.


위 6가지의 핵심 아이디어들을 각종 연구결과와 사례를 통해 검증하는게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또 저자 본인이 운영하는 Youcubed라는 서비스, 그리고 여름 캠프 등에서의 예시를 들어가며 위 아이디어들을 검증하는데 교육학 전공이나 교육 서비스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시들이며, 실제로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개선이 필요한지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영국 및 미국의 수학 교육 시스템을 중심으로 얘기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저자가 말하는 교육의 문제점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는 독자들이 스스로 겪은 한국 교육 시스템을 돌아보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책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Brain Plasticity(신경가소성)" 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비교적 현대에 등장한 개념으로 우리의 뇌가 멈춰있지않고 우리의 경험과 교육에 의해 지속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개념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이 개념이 뇌과학에서 인정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으며, 심지어 개념으로는 이해해도 실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스스로 한번 질문을 해보자. "난 늙어서 제2외국어 배우기엔 늦었어", "난 과학은 못해서..." 등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Brain Plasticity를 부정하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 개념을 이해해도 이를 내면화하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이다.


Brain Plasticity와 더불어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Growth Mindset" 과 "Fixed Mindset" 개념이다. 이쯤되면 예측가능한 것은 당연히 전자가 후자에 비해서 유익한 마음가짐이라는 것인데, 역시나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개념에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실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Growth Mindset은 말 그대로 다양한 개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잘못된 편견이나 믿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또 이러한 편견들을 바꿔나가며 성장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뜻하며, Fixed Mindset은 정확히 그 반대의 뜻으로, 잘못된 편견을 사수하기 위해 스스로의 믿음에 반하는 의견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리는 마음가짐을 뜻한다. 결론적으로, 교육 과정에서 Fixed Mindset을 거부하고 교육자 및 학생 모두 Growth Mindset을 가져야만 현재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특정 학문에 대한 거부감 없이 배움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 책에 대한 반박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책 내용이 다 사실이라면, 어려서부터 각종 어려운 수학 공식들을 검증해내는 천재들은 무엇이며, 모짜르트 같이 어렸을 때 부터 궁중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던 천재들은 애기 때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그렇게 된 것이냐는 반박이 대표적인데 (물론 모짜르트에 관해서는 저자 나름의 논리가 있긴 하다) 이런 반박에 대해서 명확한 저자의 의견을 찾을 순 없다. 또한, 저자가 인용한 연구 결과들 중 이미 그 타당성을 반박 당한 연구가 많으며, 더 많은 대상자를 기반으로 실시한 연구들은 오히려 저자의 주장과 상반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는 지적 역시 찾아볼 수 있다 (링크). 책 출판 이후 나온 논박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찾을 수는 없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엄청난 천재들은 예외로 두더라도 나름 그 학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정도의 수준까지는 후천적 교육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일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천재가 되고, 영화 "Limitless"에서 보던 엄청난 사고력을 지니게 되는지 가르쳐 주진 않는다. 대신, 우리가 스스로에게 강요했던 배움의 한계가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가르쳐주고, 결과적으로 배움에는 한계도 재능도 없다는 것을 각종 사례와 이론을 통해 설득해준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그 과정에서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더 강한 동기부여와 학구열을 얻어갈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책을 읽고 나서 평소에 애써 피하던 과학 관련 책을 펴보게 됐다는 것이다. 완독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새로운 신경경로를 확보하고 뇌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끝까지 도전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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