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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 May 31. 2024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느끼려면 청담동으로 가라

플래그십 스토어가 뭐길래?

파리 방돔 광장, 런던 본드 스트리트, 뉴욕 5번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명품 거리라는 것. 이 지역에 가면 다양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 저마다의 특성이 가득 담긴 쇼윈도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에 서울 청담동이 빠지면 섭섭할 것 같다.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 이스트관에서부터 청담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거리에는 루이비통, 디올, 샤넬, 구찌, 까르띠에, 반클리프 앤 아펠 등 손꼽히는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즐비하다. (매년 연말이면 이들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꾸민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으로 거리가 알록달록 해지는데 언젠가부터 길거리에 캐롤이 들리지 않아 다소 아쉬웠던 마음이 이곳에 가면 연말 분위기가 물씬이라 연말의 들뜸과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다.) 오죽하면 청담동 플래그쉽 스토어가 있는 브랜드와 아닌 브랜드로 나누기도 하며, 새로운 브랜드가 청담동 명품거리에 입점했다는 것은 기사로 실릴 정도로 상징적인 명품거리가 됐다.



플래그쉽 스토어가 뭐길래?


플래그쉽스토어 (Flagship store)는 백화점과는 달리 단일 브랜드가 운영하는 단독매장으로 보통은 도심에 위치하면서 브랜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보통 건물 전체를 사용하거나 혹은 2개 이상의 층을 활용해 상품만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컨텐츠를 구석구석에 담아 마치 그곳이 매장이 아니라 잘 구성된 ’집‘ 처럼 느껴질 수 있게 꾸며 놓는다. 우리가 누군가의 집을 방문해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나 스타일을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브랜드에서도 그렇게 집을 꾸며 우리는 바로 이런 브랜드라는 것을 뽐내어 보여준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쉽 스토어를 지칭하는 표현을 보면 ‘하우스 (house)’ 혹은 ’ 메종 (maison, 불어로 집)‘이라고 많이들 표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하우스 오브 디올, 루이비통 메종 서울, 까르띠에 메종 청담, 반클리프 아펠 서울 메종…)


하우스 오브 디올 (출처 : 디올 공식 홈페이지)
루이비통 메종 서울 (출처 : businesskorea.co.kr 포토뉴스)
까르띠에 메종 (출처 : 까르띠에 공식 홈페이지)
반클리프 아펠 메종 청담 (출처 : 중앙일보 기사)


그러면 이런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백화점에서도 저마다의 색깔을 내세워 꾸미는데 플래그쉽 스토어는 무엇이 다른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공간의 사이즈다.

백화점에서는 백화점 내부라는 제한적 공간 안에서 브랜드가 자신의 파워게임을 통해 얻어낸 사이즈의 공간에서 매장을 운영한다. 어떤 브랜드는 1층과 2층까지 이어서 복층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 어떤 브랜드는 그것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공간을 가지기도 한다. 생각해 보라. 복층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는 작은 공간의 브랜드와 달리 그 안에서 상품도 전략적으로 배치할 수 있고 공간도 효율적이고 좀 더 프라이빗하게 꾸며 다양한 고객 응대 공간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화점에서 자리싸움은 누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져가는가를 겨루는 땅따먹기 같은 전쟁이다.


브랜드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게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하다.

백화점 매장은 리노베이션을 하지 않는 이상 매번 공간을 새롭게 꾸미기는 쉽지 않다. 혼자 쓰는 매장이 아니기 때문에 타브랜드의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하고, 또 백화점 전체의 보안 및 안전에 대한 가이드가 백화점에 있다 보니 변화를 자주 가지기 어렵다. 그래서 보통 새로운 상품이 입고되거나 새로운 시즌으로 바뀔 때 상품 디스플레이나 소품 위주의 변화로 매장 분위기를 바꾸곤 한다.

반면에 플래그쉽 스토어는 단일 매장이다 보니 언제든 브랜드의 전략과 계획에 따라 자유로운 변경과 교체가 가능하다. 주요 시즌의 변화, 주요 상품의 런칭 혹은 고객 행사 등 다양한 목적에 맞춰 원하는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런 플래그쉽 스토어에서는 고객의 동선을 브랜드에서 설계할 수 있으며 이를 ‘고객 경험 여정 (Client experience journey)’라고 표현한다.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최적화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브랜드가 원하는 만큼, 브랜드의 이야기가 플래그쉽 스토어에 담긴다. 예를 들면 대략 이런 식의 스토리를 담아 공간을 구성한다.

처음 문을 열고 입장할 때 보이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따스했으면 좋겠고, 가장 인기 있는 상품들을 배치해 시선을 끈 다음 자연스럽게 브랜드 스토리를 전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이야기, 창업자의 이야기 등등… 브랜드가 담고자 하는 그 모든 이야기들이 담긴 공간들을 구성하고, 이어서 상품을 전략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고객 동선을 만들어 낸다. 조금 더 하이엔드 상품들이 디스플레이 되면 좋겠고 마지막에는 정말 하이엔드 오브 하이엔드가 정점을 찍는다…

이런 공간에서는 과연 상품만 볼 수 있을까? 아니다. 공간이 워낙 많은 이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닫힌 문 뒤’ 다.


‘닫힌 문 뒤’의 세계

여기에서부터는 대부분 VIP들만이 경험하는 세계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운영 시간 안에 있든, 운영이 끝나고 셔터 내린 후이든 이 ‘닫힌 문 뒤’에서는 VIP만을 위한 화려한 세계가 펼쳐진다.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동선과 룸에서 그 고객만을 위한 프라이빗 랙 (private rack)이 마련되어 프라이빗 쇼핑을 할 수도 있고, 아주 스페셜한 음식들을 차려놓고 대접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유명인을 초대해 아주 극소수의 VIP 고객만을 위한 공연이나 강연도 마련되기도 하는데 이 유명인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아티스트들로 꾸려진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오퍼레이션의 이슈들로 인해 백화점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 이런 아주 특별해 보이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

물론이다. 내가 오늘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브랜드를 더 알고 싶다면 꼭 플래그십 스토어를 가보라는 것이다. 마지막에 언급한 VIP 들만의 트리트먼트는 브랜드에서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는 ‘닫힌 문 뒤’의 세계이니 이 부분은 차치하자. 플래그십 스토어 문을 열고 들어가서부터는 앞에서 열거한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와 헤리티지, 신상품부터 다양한 상품 구성을 한눈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 브랜드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경험해 보길 바란다.


그런데 그 플래그십 스토어 문을 열기가 무서워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이렇게 ‘나는 샤넬이요’ ‘나는 루이비통이요’ ‘나는 에르메스요 (에르메스 플래그십 스토어는 도산공원 쪽에 있다)’ 하는데 주눅 들지 않고 그 문을 거침없이 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이미 그 브랜드의 백화점 고객도 플래그쉽 스토어는 부담스럽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 비싼 청담동 땅에 건물 한 채 지어 올려서 영업을 하고 있다면 영업이익을 내야 하니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들어오게끔 하고 싶지 않을까? :) 이런 인식으로 대부분의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들은 여유롭고 한산한 경우가 많은데 (물론 오픈런 등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럴 때 가면 좀 더 여유롭게 둘러볼 수도 있고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명품 시장은 매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럭셔리 업계 전반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최근 몇 년간 외국 본사에서는 한국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명품 소비는 어디까지나 가치소비이고 개인의 선택이다. 그 누구에게도 명품 소비는 그야말로 ‘명품’이기에 나에게 잘 맞는 상품 혹은 브랜드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이 글은 좀 더 의미 있는 소비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사견을 담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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