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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Mar 21. 2021

혼자 사는 것과 누군가와 사는 것의 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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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성적이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다. 많은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장단점을 꼭 비교하고는 한다. 결혼을 꼭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시작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을 하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가정 하에 먼저 혼자서 지내는 것의 장점과 단점도 생각했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큰 변화이기도 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혼자 사는 것의 장점은 다시 말하자면 같이 사는 것의 단점이 되기도 하고, 혼자 사는 것의 단점은 같이 사는 것의 장점이 해결해줄 수 있다. 그 둘 중에 무엇을 조금 더 포기하고 얻을 것인가? 각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고려해서 결국은 본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다.


어찌 보면 무언가 중요한 것을 결정하기에 앞서 미리 계획을 세워보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두 가치 중에 어떤 것이 내게 더 중요한가?




1. 혼자 사는 편안함 vs. 심리적 안정감

혼자 살면 그 누구보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뭘 입어도, 혹은 입지 않아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자유 또한 포기할 만큼 혼자 사는 것의 단점이 크게 느껴진 경험이 있다.


바로 '빈집 털이 사건'! 대학 생활로 인해 혼자 자취를 하고 있던 나는 여느 날처럼 학교를 다녀왔는데 집의 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불을 켜고 나갔나? 그런 적은 거의 없는데..."하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는데 집안의 공기가 싸늘했다. 평소와는 분위기가 뭔가 다르고 차가웠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나갈 때와는 달랐다.
 

방으로 들어오자 서랍장이 모두 열려있는 것이 누군가 헤집어놓은 것이 분명했다. 모든 옷들이 나와있고 엉망진창이었다. 놀란 마음으로 다시 뛰쳐나와보니 창문의 철창이 잘려 뜯어져 있었다. 나의 포근한 안식처에 누군가 침입한 것이다. 생각지 못했던 상황에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다.


펑펑 울며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이튿날 과학 수사대가 왔다. 지문도 없는 것으로 보아 전문적인 보석털이범이라고 했다. 전자제품들도 그대로 있었고, 오직 사라진 것은 나의 액세서리들 뿐이었다. 당연히 학생인 내게는 보석도 없고 거의 다 액세서리에 금이라고는 있어봐야 작은 귀걸이나 목걸이 정도가 다인데 그것마저 싹싹 잘도 긁어갔다. 한동안은 도저히 집에서 혼자 있을 수가 없어서 짐을 싸서 친오빠의 신혼집으로 지내다가 왔다.
 

이 사건으로 인해 처음으로 혼자 사는 것이 마냥 편하고 좋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혹시라도 내가 집에 있었더라면? 아무리 호신을 한다고 해도 나보다 강한 사람이 상대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혼자 사는 것은 편하지만 동시에 두렵고 무섭기도 하다.



 2. 자유로움 vs. 타인과의 협동

혼자 사는 것은 한없이 자유롭지만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전등이나 난방, 수도부터 시작해서 집안의 무언가가 고장이 나면 고쳐야 하는데 방법을 모른다. 물론 전문가를 부르는 방법도 있지만 빈집털이 사건으로 인해 낯선 사람과 단 둘이서 한 공간에 있기를 두려워하고 꺼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친구가 놀러 올 때나 부모님이 오셨을 때까지 문제를 보류하고 있기도 했다.


룸메이트든 남편이든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협동을 통해 함께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못하는 일이 아주 쉬운 일일 수도 있고, 반대로 그가 어려워하는 일이 내게는 무척 간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둘 다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를 맞대고 더 수월하게 결론에 다다른다. 생각보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손이 많이 간다.



3. 갈등 없이 평화로움 vs. 가치관의 갈등이 있음

2년간 기숙사 생활도 해보았고, 장기 여행에서 다른 사람들과 숙소를 셰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슷한 사람끼리 지낸다고 해도 서로 다른 가치관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말 사소하게는 수건을 하루에 몇 장을 쓰는지(반대로 수건 한 장으로 며칠을 쓰는지) 조차도 다툼 거리가 될 수 있다. 사랑으로 그게 커버가 될까? 그것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서로 배려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최대한 지적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실천이 어려울 뿐! 혼자 살면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4. 내가 원하는 음식 먹기 vs. 집에서 요리해도 식재료가 남지 않음

내 인생에서 먹는 것은 중요하다. 혼자 살게 되면서 처음엔 요리도 종종 해 먹었다. 많은 것을 할 줄은 몰랐지만 간단한 찌개나 볶음밥, 파스타 정도였다. 하지만 혼자 사는 것의 단점은 요리를 위해 구입한 식재료를 다 쓰지도 못했는데 이내 상하게 되어 점점 사 먹게 되었다. 오히려 가격적인 면에서도 그게 더 이득이기도 했다. 


누군가와 같이 살면 식비를 나눌 수도 있고, 2인분을 만들면 되니 재료가 남지 않아 합리적이다. 그리고 혼자서 먹기 힘든 메뉴도 같이 사 먹으러 나갈 수도 있다. 설거지가 조금 많아지기는 하지만 나누어서 해결할 수 있다.




굉장히 당연한 일들임에도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어느 정도는 불편함을 감수해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비교 툴을 결혼의 장단점으로 확장시켜 생각하는 기초가 되었다. 


그래서 결혼에 대해 고민하거나 반대로 비혼에 대해 고민한다고 해도 꼭 이런 식의 정리를 해보았으면 좋겠다. 메모하면서 내 마음이 정리되기도 하며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는 것이 더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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