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해버릴까, 기다릴까?
결혼에 대해 이것저것 열심히 생각도 해보고 내린 결론은 이랬다. 1. 나라는 사람의 성향으로는 혼자보다 누구와 함께가 더 좋다.
그리고 좋아하는 감정적인 면 외에도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혹시 모를 갈등이나 위기에는 한 팀이 되어 어떻게 대처했나 되돌아본다.
2. 그래, 지금 만나는 사람과 미래가 그려지고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서로 힘이 되어주고 싶다.
그렇다면 결혼은 어떻게 하는 거지? 정신 차려보니 식장이었다는 말도 있던데 무작정 기다려볼까? 아니면 당신과 하고 싶다고 말을 해볼까?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평소 우리는 결혼 후에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전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빨리 결혼하고 싶다거나 조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궁금하기는 했다. 상대방은 나와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 동안에 그도 그랬을까?
그리고 보통은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가 나온다는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일까? 우리의 경우에는 이랬다. 만난 지 일 년 정도 되었을 때 남자 친구는 은근슬쩍 약지의 반지 사이즈를 물어보곤 해서 ‘혹시?’싶긴 했다. 그러나 그 뒤로 한 달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인 것이다.
성격이 급한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한 달도 많이 참았다.) 어느 날 밤에 갑작스럽고 또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그래서 나랑 결혼하는 거야?” 그랬더니 돌아온 것은 멋쩍은 대답 “어?? 어어 할 건데... 아니~ 일단 조금만 기다려봐~~” 당황스러워 하며 약간 붉어지는 얼굴을 보며 그의 낌새를 눈치채고는 일단 알겠다고 했다. 나라는 사람은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참지 못하고 질문할 테다.
프로포즈를 내가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지만 상대가 뭔가를 준비하는 느낌과 그러길 원하는 것이 느껴져서(실제로 그 후에도 자기가 프러포즈를 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고는 한다.) 기다림에 좀이 쑤셔도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대답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김칫국을 마시면서 나도 동시에 청혼을 해야지 하고 작은 선물을 준비해 매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물어본 지 두 달 정도가 흐른 뒤 멋진 말들을 준비한 남자 친구는 실제로는 너무나 떨려서 앞뒤 다 생략하고 반지를 주며 가장 중요한 말만 한마디를 했다. “나랑 결혼하자!” (팩트만 강렬하게 말하는 게 둘이 똑같다.) 나름 서프라이즈로 준비한다며 들킬까봐 꽃다발도 준비하지 않은 그였다.
덕분에 어울리는 대답을 준비했던 나는 질문형이 아닌 그의 말에 당황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너무나 남자 친구답고 귀여워서 눈물보다는 웃음이 났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다. 심플하고 우리답게.
나머진 알아서 자연스럽게 될 줄 알았더니 즐겁긴 하지만 동시에 머리 아프고 복잡했던 결혼 준비가 시작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중간중간 마주치게 되는 위기, 그리고 서로 간의 오해. 그로인해 내게도 잠깐 왔었던 메리지 블루.
해결이 되고 모든 게 지나고 난 뒤에는 별 일이 아니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힘든 부분도 분명 있었다. 남과 상황을 비교하지는 않되 그저 그 길에서 스스로 느꼈던 점들을 풀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