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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운 Sep 22. 2020

서툴지만 잘 부탁해

PROLOGUE

서점 문구 코너에서 육아일기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다이어리였다. 표지에는 “서툴지만 잘 부탁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초보 엄마 아빠를 겨냥한 문구였지만 항상 처음하는 일에 서툰 나에게도 와닿았다. 옛날에는 줄로 된 일기장이나 평범한 다이어리에 육아일기를 기록했다면 요즘은 이렇게 디자인이 잘된 다이어리들이 나오는 모양이다. 이런 아날로그식 다이어리 말고도 블로그나 브런치에 기록하는 것도 종종 보았다. 그만큼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하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한참을 노트 앞에서 서성였다. 그렇게 노트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육아일기는 엄마 아빠들의 시선에서 아이들의 일상을 기록해주는 일인데 역할을 바꿔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성한 자녀가 나이 드신 부모님의 이야기를 기록한다면?

굉장히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아빠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아빠보다 엄마랑 더 친하다. 하지만 엄마를 관찰하고 그걸 글로 써본 적은 없었다. 글을 쓰다 보면 엄마와 공유해야 할 텐데 그건 친한 것을 떠나서 내게 굉장히 낯간지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엄마도 이순이다. 요즘 부쩍 글자가 너무 안보인다고 하소연하는 엄마를 보며 엄마가 늙어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아마 엄마가 나보다 먼저 함께 살던 지구를 떠날 것이고, 남겨진 나에게는 추억하는 일만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혼자 남겨질 나를 위해 글로 엄마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내가 느꼈던 것과 엄마를 그 느낌 안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기억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부모님들이 육아일기를 보며 아이들은 기억 못 하는 글 쓰던 때를 추억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순전히 애정에서 시작된 글쓰기     


나의 엄마에 대한 글쓰기이다     


나도 처음이라 서툴지만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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