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2020년 9월 22일 아침.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야호!
브런치 작가에 지원하기 전, 나는 다른 SNS 계정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작가가 됐다는 후기를 보면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게시해오시던 분들이 많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디서 글을 써본 적도 없고 소소하게 중고등학교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타본 경험이 다였다. 이런걸 경력이라고 제출할 수도 없고, 둘러본 브런치에는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굉장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브런치팀에서 내 소재와 제출한 글을 좋게 봐주셨는지 합격시켜주셨다. 처음으로 나의 작가로서의 꿈을 응원받은 것 같아 하루종일 싱글벙글했다.
힘들게 시작하게 된 만큼 브런치를 시작하며 긴 호흡으로 글을 쓸 목표를 정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가시적으로 보이는 결과물은 조회수와 구독자였다. 그래서 처음 설정한 목표는 소소하게 구독자 10명 조회수 500이었다. 아무래도 처음 라이킷이 오르는 것을 보고 설레하며 잠자고 있던 관종의 끼가 발동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이 더 좋아해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좋겠다.’하는 생각들이 마음을 들쑤셨다.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과 다른 점이 뭐지? 내가 글을 쓰는 목표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였나. 사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꿈은 있지만, 브런치가 출판을 위한 수단은 아니었다. 출판보다는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나를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했다. 글 쓰는 것이 일상이 되고 꾸준히 필력을 기르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다. 다시 브런치의 의미를 되새기고 보니 저 눈에 보이는 숫자들은 나의 목표가 될 수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목표를 잡고 글을 써나가야 할까. 감이 안잡혔다. 그래서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브런치에서 답을 구해봤다. “브런치”, “조회수” 등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정말 많은 글들이 나왔다. 일 년 만에 구독자 1000명이 넘었다, 조회수 5만을 넘기까지, 출판 제의가 들어오다 등등 나보다 먼저 브런치를 시작한 선배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관종의 마음이 고개를 들어 ‘부럽다.’를 마음속으로 연신 토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찾고 있던 답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목표를 조회수가 아닌 글 수로 정했다는 작가님의 글을 볼 수 있었다. ‘아,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작가님에게 조회수가 잘 나오는 글과 아닌 글이 있었는데, 아닌 글이 자신이 주력으로 쓰고자 하는 이야기였다고 한다. 당연히 사람이라면 조회수와 내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중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둘 다 쓰긴 힘들 것이다.) 작가님은 조회수에 대한 욕심을 누르고 꾸준히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쓰셨다고 한다. 내게 굉장히 용기가 되는 글이었다. 막상 브런치 작가가 되니 과도하게 친절한 통계자료, 조회수와 라이킷 알람이 내게 글쓰기의 즐거움보다 브런치라는 족쇄를 먼저 채울 뻔했다. 좋은 작가님의 글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조회수나 구독자 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가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써 내려가야겠다.
그래서 첫 번째 목표는 “글 100개”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