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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ir ins Feb 25. 2021

피에타(Pietà)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이 언제부터 쓰인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예로부터 집단/가족주의의 가치를 우선시 해 온 한국 사회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쓰였을 것이리라.


물론 요즈음에는 집단주의라는 말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한국에도 개인주의의 삶이 많이 녹아들은 것 같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몇 년 전만 해도 누군가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거나 하면 그 사람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갔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반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진 시대가 되었다.

한 2-3년 전만해도, 미디어나 이곳 저곳에서 흔히들 ‘혼밥’이니 ‘혼영’이라든지 하는 용어들을 썼다.

하지만 2020년 3월 13일, 오늘의 시간에서 그 용어들은 자취를 많이 감추었다.

언어는 사회와 함께 변화해 나가는 것이기에.


최근에,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차라리 뭣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편한 것 같다고.

다른 친구는 이런 말을 하였다.

자신의 작은 식견으로도 보이는 것들이 정말 많다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고.


문득 나는 이 속담이 떠올라 친구에게 말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그러자 친구는 이런 말을 하였다.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을만한 지위와 능력을 갖고 있다면, 더 이상은 모난 돌이 아니게 되는 것 같다’고.


그 다음으로 나는 친구에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여줬다.

Michelangelo - Pietà (1498-1499)

'맞아. 돌덩이를 이렇게 만드는 것처럼.'



앞서 한국의 집단주의를 예로 들었지만, ‘독특한 사람’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사실 서양이냐 동양이냐를 넘어서, 인간이 살아가는 이 지구상 어디에서나 비슷한 것 같다.


인간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사람 인(人)에 사이 간(間)이지 않은가.

즉,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이라는 단어의 어원에서 어간의 어원은 동사 ‘살다’라고 한다.


이 지구상에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독특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크나큰 모순이 아닐까?


또한, 점점 더 많은 다양성의 가치를 받아들여 나가고 있는 현 시대 기조에서, ‘독특한 사람’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가?

'독특한 사람'이라는 말 자체는 시대 착오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류는 예로부터 우리의 세상을 꾸준히, 그리고 점점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며 살아왔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 변화와 발전을 이끈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 당시 사회의 관습과 규칙에 적응하고 안주하며 살아갔던 이들일까?

파울로 코엘료 '오 자히르' 中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지만, 단지 예전부터 해 온 것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그것들에 얽매여서 살아가기엔, 개선해 나가야 할만한 것들은 사회 도처에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것들을 급진적으로 바꿔 나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현 시대 규칙의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의 사람들은 완충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독특한 사람’을 마녀 사냥하듯이 대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독특한 사람’은, 현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대중)이 갖고 있는 생각과 관점과는 다르게 느껴질만한 견해를 지닌 사람들을 뜻한다.


언어가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변화해 나가는 것처럼,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도,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변화해 나간다.


그저 안정만을 추구하며 기존의 규칙과 관습에 얽매이지 말자.

앞으로 우리가 더욱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런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불씨를

그저 익숙치 않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두려움만으로

짓밟아 꺼트리지는 말자.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낯선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불이 될 것인가

혹은 화마가 될 것이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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