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감독의 영화 '끝까지 간다'는 어느 늦은 밤 건수(이선균 분)가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며 시작한다. 어머니의 장례식 날, 고건수는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관 속에 시체를 넣고 땅에 묻어버린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그 날의 사건을 알고 있는 박창민(조진웅 분)이 이선균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끝까지 간다'는 기존의 범죄 액션 영화와는 다르게 첫 장면부터 사건을 던져놓고 시작한다. 뺑소니 사고가 일어나는 순간 관객은 건수에게 벌어진 상황에 깊게 몰입하게 된다. 자신의 죄를 알리고 자수할 것인가? 아니면 시체를 은폐하고 모른 척 할 것인가? 이때 건수는 후자를 택한다. 아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말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관 속에 시체를 숨겨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영화는 관객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으로 CCTV를 가린 뒤 아이가 갖고 있던 장난감에 시체를 매달아 안치실 안으로 끌고 오지만, 이는 건수의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천천히 기어오던 장난감은 별안간 총소리를 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나무못을 다 뽑기도 전에 실이 끊어져버린다. 심지어 관작을 닫고 못질을 끝낸 순간 피해자의 핸드폰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이 모든 뜻밖의 상황들은 관객에게 황당함을 안기며 웃음을 자아낸다. 꽤 그럴듯한 상황의 전개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 덤이다. 영화 곳곳에 등장한 것들은 꼭 필요한 순간 쓰이거나 복선으로 활용되며 서사에 탄탄함을 부여한다. 시체를 땅에 묻고 땅을 치며 우는 고건수를 향해 '효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감독의 센스가 빛을 발한다.
영화 '끝까지 간다'
그러나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고건수에게 박창민이 등장하는 순간 이야기는 2막을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간다.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자 박창민이 아예 얼굴을 들고 등장해버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박창민은 불량 경찰 고건수보다 한 수 위다. 형사이면서 마약을 빼돌리고 조직 폭력배들을 만나 거래하는, 그야말로 숨어있는 검은 손이다. 때문에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고건수가 박창민을 어떻게 따돌리고 살아남을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고건수가 완벽하게 선한 인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권선징악을 따라 이 싸움에서 고건수가 이기길 바라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때린다. 박창민을 물리치고 경찰복도 스스로 벗어던진 고건수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돼지금고'다. 박창민의 검은 돈이 쌓인 은밀한 공간. 고건수가 달린 끝은 바로 그곳에 있다.
'끝까지 간다'는 감독이 심어놓은 아주 세밀한 장치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때문에 영화는 제목 그 자체로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 기존의 한국 영화가 가진 뻔한 액션 서사에서 벗어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서사를 가졌다는 것 자체로 영화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