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투어 in CNX
이곳은 태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눈여겨보던 서점이다. 책이 주를 이루는 진짜 북카페는 아니고 책도 있고 도자기나 의류, 잡화등을 취급하는 잡화점에 분류하는 것이 오히려 가까운 곳이다. 하지만 사장님께서 Bookstore&cafe라 칭하셨고, 나 또한 책을 읽기에 좋은 공간이라고 느꼈다.
이곳은 전에 들렸던 곳과는 다르게 여기저기 구석구석 소품들을 구경해도 사장님이 눈길조차 주지 않으셨다. 크게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다른 곳도 물론 사장님들께서 너무 친절하셨지만 개인 서점 특성상 손님이 몰리지 않는데, 사장님의 눈길이 나를 따라다닌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1층 한가운데 자리에 앉아 드나드는 손님들 구경도 하고 개구쟁이 고양이들의 모습도 구경하며 카페에서의 시간을 즐겼다. 물론 한국에서부터 들고 간 책도 한 권 읽으면서 말이다.
전시되어 있는 책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단 한 글자도 읽을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기념으로 책을 한 권 사고 싶어졌다. 파파고를 켜 사진 번역을 일일이 해 가며 오랜 시간을 들여 책을 골랐다. 여성인권이나 정치 관련된 책들이 많이 있었는데 나는 가벼운 주제의 책을 데려가고 싶어 여러 권의 책을 뒤져보다가 고양이가 주인공인 짧은 소설책을 하나 골라 집으로 모셔왔다. 언제 날 한 번 잡고 사진 번역기로 읽어 보도록 해야겠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빈티지샵 느낌이 물씬 났다.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한쪽 구석에는 옷과 가방 액세서리 등 구제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작은 공간을 알차고 또 꽉 차게 꾸며 놓으셨다. 볼거리가 많았고 역시나 한국 관광객 손님들이 많았다. 2시간 남짓 있으며 한국분들을 많이 뵈었다. 그렇다고 현지 손님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젊은 층 여성 고객이 주를 이루었다. 굿즈만 사 가기도 하시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책을 읽고 가는 나와 같은 손님들도 많이 있었다.
고양이는 세 마리가 있었는데, 최소 한 마리의 고양이는 항상 저렇게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빠지면 또 섭섭할 것이다. 그 정도로 큰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녀석들이다. 방문객들의 관심과 셔터 세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냥이들. 휴무로 발길을 돌렸던 그날에도 고양이들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자기들끼리 꽁냥꽁냥 놀기도 하고, 한 번은 두 고양이가 티격태격 다투어서 사장님께 혼이 나기도 했다. 한창 책을 읽고 있는데 내 발 밑에 자리를 잡은 검은 고양이가 귀여워 쓰다듬어 주기도 했고, 갈색이 섞인 치즈냥이는 손님이 문을 열 때마다 밖으로 도망쳐 나가서 손님들이 놀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알아서 다시 돌아옴) 구경만 하러 들어왔다가도 고양이들 덕분에 차 한 잔 시키고 가게에서 쉬다가 가는 손님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이곳은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도 어쩌다 알게 되어 찾아간 곳도 아닌, 철저하게 내가 서치를 통해 찾아간 서점이다. 물론 서점보다는 잡화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지만 서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책은 충분히 있었고 책을 읽기에도 충분히 적합한 공간이었다. 또, 통창으로 적당히 비추는 햇살과 적당히 관심을 꺼주는 사장님, 적당히 맛있는 커피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귀여운 고양이들과 필요 이상으로 좋은 사장님의 플레이리스트는 5분만 들렀다 가야지 하던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아 50분을 잡아 두는 마력이 있는 곳이다. 장기 여행자들은 물론이고 여행 중 책 한 권들고 잠시 머물렀다 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레어 파인즈 북카페.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꽉 차 간다.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지만 아들의 영어캠프가 끝나 버려 함께 방문해야만 한다. 아무래도 어린아이와 긴 시간 방문은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어떻게든 다시 한번 들려 여유롭게 책과 커피를 즐겨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