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팀장 역할을 맡았을 때, 나는 '좋은 관리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본인의 아이디어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은 팀이란 “모두가 다툼없는 편안한 팀”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실제로 팀원들이 편하게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하면, 예상과 달리 정말 많은 의견이 나왔다.
물론 그중에는 신선하고 탁월한 의견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절반 이상은 비현실적이거나 때로는 심하게 엉뚱하기도 했다.
처음엔 “좋아요.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네요.” 하며 최대한 웃으면서 받아들였지만,
점점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비슷한 의견을 내기 시작하면, 고민이 깊어졌다.
...이걸 계속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다고 계속 거절하면, 다시는 의견을 내지 않는 분위기가 되진 않을까?
나는 이 미묘한 균형 사이에서 많이 지쳐갔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접한 글이 있었다. 바로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 이다.
처음엔 이게 그냥 ‘좋은 분위기’, ‘편안한 관계’ 같은 거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좀 더 깊게 고민하다 보니, 핵심은 그런 게 아니었다.
“심리적 안전은,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을 해도 무시나 비난을 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다.”
갈등이나 의견 충돌이 없는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안히 다른 의견을 내놓고, 그 의견이 반대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관계가 나빠지지 않는 상태. 이 말이 크게 와 닿았다.
...But 문제는, 이렇게 좋은 심리적 안전을 실제로 만드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엔 이렇게 말했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네요. 다만 지금 진행 중인 우선순위와는 조금 맞지 않아서 어려울 것 같아요.”
그리고 덧붙였다.
“다음 업데이트에는 검토해볼게요.”
처음엔 좋은 대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같은 말을 반복하면 나조차도 진심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상대도 결국 기계적인 거절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이고 솔직한 대화법을 고민했다.
① 같은 의견을 자꾸 반복하는 사람에게는 솔직하게 하지만 차선책이 있게 이야기했다.
"OO님이 이 아이디어에 진심이시네요. 비슷한 의견을 여러 번 내셨으니, 이쯤에서 한 번 명확히 정리해보면 좋겠어요. 다음엔 이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서비스 문제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주시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상대는 "거절"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인지한다.
② 미숙한 아이디어이지만, 제안한 사람을 응원하고 싶을 때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적용하기 좀 어렵지만, 현장과 가까운 OO님의 의겨은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다듬어서 기획안으로 정리해주시면, 다음 분기에는 진지하게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거절’이 아니라, ‘보류 후 다시 논의 가능성’으로 바뀐다.
이렇게 상황별로 다르게 말하는 습관을 들이니, 팀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팀원들은 더 이상 단순히 "거절당했다"고 느끼기보다, 자신이 팀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불편하지만 좋은 질문과 의견을 계속해서 끌어내는 기술이며,그걸 견디는 나의 멘탈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적어도 이건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의견을 말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때, 비로소 능동적인 협업을 할 수 있다.”
완벽한 리더는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