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 창작 시대, 규제를 넘어 관리로

저작권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3가지 해결책

by 일반악어

이 문장의 저자는 누구일까?

“하루에 한 곡쯤은, 누가 대신 골라주는 노래 듣는 것도 괜찮잖아요?”

이 문장은 ChatGPT가 써준 초안이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 쓰지 않았다. 어색한 표현을 고치고, 단어를 바꿨다. 내가 원하는 의미에 더 가까워졌을 때, 비로소 이 문장이 내가 쓴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과연 이 문장의 진짜 저자는 누구일까? 나일까, 아니면 나와 AI 둘 다일까?




AI가 초안을 쓰고, 인간이 완성하는 시대

회사 보고서를 쓸 때, 나는 종종 AI에게 부탁을 한다.

“ChatGPT야, 이 초안을 바탕으로 보고서 작성해 줘.”

그러면 ChatGPT는 단 3초 만에 그럴싸한 보고서를 내놓는다. 물론 그대로 제출하지는 않는다. 형용사를 걷어내고, 실제 자료를 첨부하고, 문맥을 다듬는다. 결국, 최종본에는 AI가 처음 쓴 문장의 20~30% 정도만 남는다.

그렇게 완성된 글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이 질문을 떠올린다.

“이 보고서는 누구의 것인가?”




법은 오직 ‘인간’만을 저자로 인정한다

현행 한국 저작권법(제2조)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 정의한다. 공동저작물 역시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이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2인 이상’은 명백히 인간만을 의미한다. 즉, AI는 법적으로 창작 주체가 될 수 없고, AI가 만든 콘텐츠도 보호받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AI와 인간이 함께 창작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즉, 법과 현실 사이에는 명백한 간극이 존재한다.




이제는 규제만으론 AI 창작을 막을 수 없다

짧은 영상 콘텐츠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시대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수많은 플랫폼에서 ‘무료’라고 표기된 배경음악(BGM)이 흔히 사용된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AI가 생성했거나 권리 관계가 불분명한 음원들이다.


미국에서는 AI 음악 생성 플랫폼 Suno와 Udio가 메이저 음반사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2023년에는 AI가 제작한 가짜 Drake & The Weeknd의 노래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전 세계 플랫폼에서 삭제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AI 창작물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고, 단순한 규제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 규제는 늘 문제가 생긴 뒤에야 등장하며, AI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규제가 아니라, ‘관리와 감독’의 시대가 왔다

AI 창작이 이미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면, 이제는 “어떻게 제대로 관리하고 감독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다음 세 가지 현실적인 관리 방안을 제안한다.


1. AI 창작물을 찾는 기술이 필요하다.

AI 특유의 표현과 문체를 자동 분석하는 기술을 활용해 AI 사용이 의심되는 콘텐츠를 선별하고 추가 심사하는 방식이다. 이미 해외 대학이나 공모전에서 부분적으로 운영 중이며,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2. AI 활용 콘텐츠를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리해 관리하자.

AI의 사용을 무조건 막거나 숨기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AI 활용 여부를 투명하게 밝힐 수 있는 공식적인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창작자가 AI 활용을 당당히 밝히게 되면, 창작물 관리와 감독이 더욱 쉬워진다.


3. 고위험군 콘텐츠만 표본 검사하는 현실적 시스템을 마련하자.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검토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대신 AI 탐지 기술을 통해 의심이 큰 일부 콘텐츠만 심층적으로 심사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효율성과 공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방안은 AI 창작 시대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체계적인 관리와 감독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저작권은 족쇄가 아니라 ‘안전장치’여야 한다

AI 창작을 규제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시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방치할 수도 없다. 관리와 감독이 없는 환경에서는 AI 콘텐츠가 점점 더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저작권 제도를 통해 AI 창작물을 현실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족쇄가 아니라, AI 창작물로 인한 혼란과 피해를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되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Python 데이터 통계 자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