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초의 거절

거절을 못하던 나, 나를 위해 거절을 실천하다

by 말랑



나는 본디 ‘불화’를 싫어하고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다. 어떻게 이런 성격이 형성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추해 보자면 아마 여러 자매들 사이의 ‘중간’에 태어난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항상 중재하면서 양쪽 의견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다툼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생겨 내가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나만 참으면 돼’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


쉽게 ‘거절’하는 사람들의 성격을 부러워하면서도 막상 거절을 실천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대충 얼버무리거나 ‘아 죄송해요,,’ 정도의 말을 하면 알아서 거절의 의사로 알아듣곤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더 부탁을 하거나 연락을 피해도 끊임없이 재촉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은 특히나 더 고통스러웠다. 아마도 내가 '명확한 거절의 의사전달'을 하지 않았기 때문도 있지만.


그러다가 최근 들어 나를 위한 ‘거절’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개인적인 큰 일을 앞두고 오래된 인연과 다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탁을 하길래 우회적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했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서 그런지 며칠 뒤 또다시 연락이 왔길래 고심 끝에 처음으로 직접적인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물론 상대방이 내 '거절'에 대해 기분이 상할까 구구절절한 이유를 덧붙여서. 그 연락을 기점으로 내심 차가워진 반응에 역시나.. 약간 상처를 받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인 것을.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30대의 나를 위한 최초의 직접적인 ‘거절’이 되었다.


거절을 하지 않고 승낙을 해도 마음이 찝찝한 적도 있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술김에 ‘승낙’ 의사를 밝혔다가 ‘아차’ 싶었던 적이 있는데 정말 2주 동안 너무 마음이 불편하고 ‘다시 거절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말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결국 이렇게 계속 스트레스받으며 고민을 계속 질질 끄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의사를 번복을 했다. 물론 이번에도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고서.


이 ‘거절’의 말 한마디를 내뱉었을 뿐인데 정말 마음속이 뻥 뚫리면서 그 순간 너무 행복해졌다. 만약 ‘내가 조금만 더 참자’라는 생각을 했으면 향후 몇 달 동안 고민을 하면서 또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몇 달이 지나고 나서 겨우 거절을 실천했겠지.


내가 ‘거절’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거절’을 함으로써 서로 간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두려워해서인데 바꿔 말하자면, 여태까지 계속 부탁을 들어줬다가 한 번 거절을 함으로써 엎어질 관계라면, 빨리 엎어지는 것이 나에게 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위해 나의 고통을 외면하며 참고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나’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는가.


이제는 나 자신을 좀 더 아껴주는 방법을 실천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