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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심콩 Oct 22. 2020

양념반 후라이드반처럼 아들도 반반 섞을 순 없을까?

아들들의 단점 역시, 내가 사랑하는 아들의 일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애니. 기쁨이라는 긍정적인 감정 뿐 아니라 슬픔 역시도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감정이라는 걸 이야기 해 주는 인사이드 아웃.

이 애니를 보면서, 이건 어른을 위한 애니다, 생각하며 혼자 감동을 엄청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보면서 장점과 단점 모두 나의 일부분인 만큼. 나의 안 좋은 부분도 받아들이고 존중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아들들을 보면 또 이런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의 한 장면




저는 아들이 둘이에요.

그런데, 이 아들둘이 외모도 딴 판이지만, 성격은 키우면 키울수록 진짜 다르구나 느낍니다.


큰 아이는 일단 에너지가 많아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남자아이같이 가만히 잘 못 있고, 특히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걸 꾹 참고 하는 게 어려운 아이입니다. 그리고 굉장히 감정 기복이 커서 조금만 기분이 좋아도 주체할 수 없어서 방방 뛰고 조금만 화가 나면 화를 참기가 힘들어 씩씩거리거나 짜증을 내지요.



스파이더맨처럼 올라가고 매달리는 거 좋아하는 큰 아들.



그런데 우리 큰 아들은 놀이터에 나가도 새로 본 친구들을 만나면 먼저 말 걸고 금방 친구 먹는 장점이 있어요. 놀이터에서 기 센 아이들에게 한 소리 들으면 금방 눈물 흘리는 여린 아이이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데에 거부감이 크지 않아요. 그리고 뭐든지 적극적으로, 잘 해보고 싶은 에너지가 많답니다. 한 번 꽂히면 정말 질리도록 빠지는 덕후의 기질도 보여요. (현재는 종이접기에 ㅋㅋ) 쾌활하고 에너지 넘치는 대신 꼼꼼함과 차분함이 떨어지지요.



그에 비해 작은 아들은 굉장히 차분하고 소극적인 편입니다.

둘째라 그런 건지, 형아가 너무 어렸을 때부터 너무 기를 죽였는지.. 무슨 일이 있으면 주변의 동태부터 파악하고 먼저 나서지 않아요. 얼집에서 급식을 먹을 때에도, 새로운 걸 보면 주변 친구들이 먹는 반응을 본 후에 괜찮아 보이면 먹는, 그런 아들입니다.ㅋㅋ

그리고 제가 봤을 때 싫어할 법한 상황에서도 꽤나 잘 참습니다. 에버랜드 로스트밸리에서 2시간을 기다려도 떼 부리거나 울지 않고 장난치지 않는 아들이에요.

무엇보다도 아이 자체가 놀 땐 놀지만 차분하고 자기 정리도 시키면 잘하는 편이에요. 참 깔끔합니다.

양말 벗어서 자리 두기 알려주면 척척 하고 마스크는 꼭 말한 제자리에 둬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자기 정리마저도 유전이라는 것을 강하게 깨달았어요 ㅋㅋㅋ)




모래놀이를 좋아하지만모래가 몸에 묻고 신발에 들어가는 게너무너무너무 싫은 우리 둘째





그런데, 그런데! 적극성이 없습니다. 아니, 적극성이 문제가 아니고 무언가를 선택하라고 할 때, 첫째 같은 경우는 하고 싶은 게 많고 가고 싶은 게 많고, 먹고 싶은 게 많으니 뭘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째는 뭘 해달라고 먼저 얘기한 경우가 별로 없어요.

그리고 새로운 상황을 싫어해서 늘 익숙한 음식을 잘 먹고, 늘 읽던 책만 주로 읽고, 늘 노는 장난감만 주로 노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오늘 큰 아이가 다니는 축구클럽에서 축구 시합을 한다기에 남편이 큰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빌린 책을 반납하고 다시 빌리러 작은 아이와 도서관으로 향했죠.



도서관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제가 우리 둘째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려고 뭘 좋아하냐 아이에게 물어봤는데, 질문에 답을 못해서 결국 제가 유도심문으로 겨우 취향을 캐치해 뽀로로 노래를 틀어주었지요.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고를 때에 뭘 선뜻 골라오는 게 형처럼 적극적이지 않아서


아, 아이가 답답하네, 조금 더 적극적이면 좋을 것 같은데...
자기 목소리도 내고 그래야 할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축구클럽 간 남편에게 온 메세지.







사실 저는 우리 첫째가 놀이터에서 노는 거 보면 각 나오니 예측은 하고 있었는데, 들어보니 오랜만의 축구교실에 너무 신나서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메롱질 등등을 하며 장난을 치더랍니다.


하아..


사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요즘 이래저래 마음이 심난한 참이었어요.

아이가 40분 자리에 바른 자세로 잘 앉아있을까, 개구진 행동 해서 분위기를 흐리진 않을까, 초등학교 분위기에 잘 적응할까...


그런데 이런 톡을 받으니 가뜩이나 더 심난해졌지요.



첫째는 제가 보기에 장점이 많은 아이에요.

크면 클수록 낯 안 가리는 것도 신기하구요. 엘레베이터에서 먼저 인사도 잘 하구요. 제가 기분 안 좋을 때 분위기 캐치해서 저를 위로할 줄 아는, 감성이 있는 아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학습력도 나쁘지 않고, 하고자하는 의지가 있을 때의 집중력도 좋아요. (근데.. 이건 진짜 집중력은 아니라고 합니다만..ㅋ)




그런데 저는 요새 큰 아이의 단점에 많이 꽂혀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화를 내지 말고 좀 다스려 봐라, 뛰지 마라, 점프해서 뛰지 마라, 옷 뒤집어서 벗지 마라, 동생 건드리지 마라 등등

그러면서 우리 아들은 대체 왜 그럴까 속상한 적도 많아요.



반면, 둘째를 보면서는 다 좋은데 좀 적극적이면 더 좋겠다 생각한 적도 많구요.

근데 공교롭게 큰 아이의 단점과 작은 아이의 단점을 본의 아니게 함께 발견한 오늘.



저는 이상적인 아이,

큰 아이처럼 쾌활하게 에너지는 넘치지만 작은 아이처럼 차분할 때 차분하고 깔끔한 그런 아이를 원하고 그리며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자각 타임이 오더라구요.



아이의 기질을 인정해줘야 하는구나.

잘못된 행동을 고치되,아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글로만 읽다 오늘에서야 아하! 몸소 느꼈어요.



아이가 엄마 만족으로, 어른들의 이상향 속 이미지로 자라는 게 아닌데

한 방향으로 내가 그려놓고 아이에게 그렇게 되도록 무의식적으로 요구한 건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아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 그냥 자라도록 두는 거라는 걸 다시 한 번 기억해봅니다.



아이 키우는 건 정말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저라는 미성숙한 인간을 성숙하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도, 아이에게


넌 대체 왜 그러냐..라는 말보다 따스이 안아주어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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