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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심콩 Feb 10. 2021

레벨테스트가 뭐라고.

내 아이를 믿고 가 봅시다.


바야흐로 1,2월은 레벨테스트의 계절이다.


특히나 예비 초1의 경우는 더할 것이다. 초 1이 되면서 영어 학원을 알아보는 엄마들이 많을 것이다. 왠지 영어유치원은 가격도 부담스럽고 등하원도 만만치 않고 또 아직 어리니까 뭔가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건 특별한 느낌이었다면, 초등학교 들어서면서 영어 학원을 다니는 건 뭔가 이제는 일반적인 느낌이랄까?


초등학교 1학년을 입학하면서는 하교시간도 빨라져서 방과후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니 학원은 왠지 다녀야 할 것 같은데,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시작하고 또 영어가 중요하다고 하니, 어릴 때부터 하면 좋다고 하니, 이런 저런 마음으로 이 시기에 영어학원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그런데 요새 영어학원, 특히 이름 대면 알만한 유명한 영어학원은 내가 보내고 싶어도 내 맘대로 보내기가 힘들다.

일단 아이의 수준에 맞는 학습이 이뤄지도록 학원에 새로 들어가기 전 '레벨테스트' 라는 걸 보게 된다.

그리고 이 '레벨테스트' 결과에 맞게, 수준에 맞춘 클래스에 들어가 수업을 듣게 되는 것이다.

각 학원들마다 레벨 이름은 또 어찌나 외계어같은지..

GT1, MGT, Seedbed, Seed, Sprout ...ISA,DSA 등등. 아직도 무슨 말인지, 어느 레벨인지 헷갈린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미 유명한 학원들 같은 경우는 레벨테스트 자리도 꽉 차서 몇 달을 대기해야 한단다. (우리 동네 유명 어학원도 이미 레벨테스트 자리가 꽉 차서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 된단다. ㄷㄷㄷ)




아니 세상에, 내가 내 돈 주고 영어 학원 보내겠다는데.. 그것도 이리 힘드나.




© element5digital, 출처 Unsplash




사실 나는 엄마표 영어를 지향하고 있는지라 영어 학원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관심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불안감과 아이의 정확한 실력을 알고 싶은 마음이 합쳐져 우리 아이도 레벨테스트를 보게 하려고 유명한 학원에 예약을 해 두었다.


그리고 테스트 전 날 아이에게 테스트 사실을 얘기한 순간, 그 때부터 짜증 짜증 왕 짜증을...

그 때부터 설득에 들어간다.



-우리 아들, 그동안 엄마랑 영어 책 읽고 영상 본 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냥 확인해보는거야.

- 그냥 부담갖지 말고 집에서처럼 읽고 이야기하고 뭐 그러다오면 돼.

- 그럼 엄마가 오늘 영어 책 읽는 거 다 빼줄게, 응?

- 다 하고 나서 맛있는 간식 먹고 보고 싶은 미니특공대 쭉 보기 어때?



아아니! 미니특공대가 안 먹히다니!! 정말 아들을 유혹할만한 수많은 것들을 다 제안해도 모두 거절당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취소.

사실 나는 넘나 귀 얇은 엄마인지라 나도 지금 아이와 하고 있는 이 영어학습 방법이 맞는지, 아이의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늘 고민인데..

그래서 레벨테스트 한 번 보며 점검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레벨테스트를 거절당하고 나니 진짜 방법이 없다.

그저 아이가 싫어하지 않으니.. 내가 보기에 적어도 리딩 실력은 늘고 있으니 믿고 쭈욱 가는 길 가는 것 밖에..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영어 학원에서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시험이면, 학원의 특성과 기준에 맞춰진 시험일텐데

내가 지금 아이와 하고 있는 학습은 전적으로 리딩에 치우쳐져 있어 시험을 안 봐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눈에 보이는데.. 왜 굳이 나는 레벨테스트가 보고 싶었던 걸까.


그만큼 아이에 대해, 나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누군가에게서 확인받고 싶었던 게 아닐까.







© mrthetrain, 출처 Unsplash






사실 영어 뿐 아니라 수학도 수학 전문학원마다 레벨테스트가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옛날 때에만 해도 어디 학원 들어갈 때 테스트가 있었나, 그저 교과에 맞게 커리큘럼에 맞게 반이 구성되고 그 반에 맞춰서 필요한 수업을 들었던 것 같은데..



학원의 구미에 맞도록 설계된 레벨테스트가 어쩌면,

시험이 없어진 학교에서 내 아이의 실력이 늘 궁금한 엄마들의 마음을 교묘히 흔드는 장치가 아닐까.

또, 시험 결과에 따라 편성된 레벨이 높을수록, 그 레벨에 들어간 내 아이가 들어간 자체에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한 학원의 술수가 아닐까.

(실제로 주변에 레벨테스트에 들어가기 위해 미리 몇 주, 또는 몇 달 전부터 준비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아무리 아이가 어리다 해도, 테스트를 본다는 자체가 얼마나 부담이고 큰 일인지는 분위기를 봐도 알 것이다.

나도 사실 우리 아이의 레벨이 너무 궁금하다. (물론 그 안에는 우리 아이 레벨이 높았으면 좋겠다는, 높을 거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겠지) 하지만 아이의 완강한 거부반응에 다시 한 번 정신차려본다.

결국, 내 실력을 확인하는 테스트라는 본 취지가 아이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가고 엄마들에게는 왜곡된 학습 과열을 일으키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꼰대같은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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