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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내 인생의 찬스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기회라는 놈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느닷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첫 종이책 출간도 그랬다.


출간이라는 막연하지만 간절한 꿈을 가지고 살았다. '내가 어떻게?'라는 생각이 밑바닥에 있었지만, '그래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러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그 보다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였다. 내 꿈이 실현될 첫 문이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브런치가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고, 평범한 전업주부인 나는 브런치 작가들의 화려한 이력 앞에 움츠려 들 수밖에 없었고, 도전의 용기가 꺾이고 말았다. 그래서 글을 써놓고 1년 동안이나 브런치 내 서랍에 넣어두고 문을 굳게 닫고 말았다.


브런치도, 서랍 속의 내 글도 까맣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검색을 하다가 한 편의 글이 눈에 띄었고, 그 잔잔한 생활 수필이 브런치에 올려놓은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라는 단어에 다시 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해보자는 용기가 느닷없이 생겼고, 1년 동안 닫아두었던 서랍을 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였다.

얼마 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믿기지 않는 알림이 왔다. 놀랍게도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었다. 1년 동안 서랍 안에 가두어두었던 내 글에, 내 인도 첫날의 이야기에, 용기 내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던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브런치작가가 되었고, 언젠가 내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면서, 인도살이 11년, 내 인생의 특별한 경험을 꾸준히 쓰게 되었다. 인도 이야기와 귀국 후의 생각들이 마침내 하나의 제목으로 '브런치북'으로 완성되었다.


그 무렵 나는 가수 이찬원을 덕질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재미있는 덕질 이야기는 쉽게, 많이, 빨리 써졌고, 큰 어려움 없이 뚝딱 한 권의 '브런치북'이 되어 주었다. 쓰고 싶을 때마다 브런치에 올린 글들은 그렇게 두 권의 브런치북이 되었다.


그런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과연 될까?, 내가?, 내 글이?'라고 자신 없어했던 나에게 브런치를 통해서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이 온 것이었다.

첫 번째 브런치북은 전자책으로, 두 번째 브런치북은 종이책으로 출간이 된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2년, 그리고 3년 만의 성과였다.


내 첫 종이책은 이찬원팬분들에게 꽤 괜찮은 평가를 받으며 음악도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인세를 청각장애인 단체와 인도 여학생의 대학등록금으로 후원하는 기회도 가져다주었다.


나의 첫 종이책 제목은 '이찬원, 내 인생의 찬스'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브런치, 내 인생의 찬스'가 먼저였다. 내가 브런치에 노크를 하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었던 성과였다. 브런치는 용기가 없었던, 어느 평범한 쉰여덟의 주부에게 '출간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해 준 내 인생의 찬스가 틀림없다.


최근에 브런치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웬 시?"라고 할 테지만, 누구도 모를 일이다. 브런치가 나에게 어떤 찬스를 또 가져다 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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