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의 '아름'의 어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나답다'라는 뜻이 끌렸다. '나답다'라는 것은 내 본연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살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뜻일 것이다. 나를 잘 알고 나를 표현할 때 가장 행복하고 스스로 찾은 행복을 품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연극교실에서 배우는 여러 가지 표현 방법과 상대방과 호흡하는 시간들은 그런 '나다움'을 발견해 나가는 시간이다.
시월의 쌀쌀한 아침, 하늘은 맑고 쾌청하다. 파란 하늘아래 물들어 가는 나무들이 가을이라는 무대에 오른 멋진 모델처럼 각자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그 색과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멋지게 어우러진다. 연극교실에 세 번째로 참석하게 되었다. 오늘은 전 시간보다 북적북적하다. 중간고사 시험을 마친 재학생과 문예사 시험을 준비하는 참여학생도 함께했다. 나도 무겁게 누르던 시험을 마치고 나니 홀가분하다. 여유롭게 아침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솟아난 기운으로 오늘 꾸며질 이야기를 기대한다.
1. 호흡을 맞추며 무대를 채워 보기
처음은 지난 시간들을 가볍게 나누고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 시작했다.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갑작스럽게, 억지로 되지 않는다. 함께 하는 시간들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물들어 간다. 각자의 속도를 느끼면서 다르지만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렇게 몸을 풀고 나서 즉흥연기를 해 보았다.
현장에서 즉석 해서 주어진 설정에 각자 출연할 수 있는 인물들을 만들어 보고 연기까지 해 보았다. 예를 들어 설정이 어느 도로위라고 하자. 그러면 각자 그곳에 있을 법한 역할을 생각해 내고, 그 인물이 할 만한 행동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것을 연기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당연히 어설픈 모습이지만 흥미롭다. 한마디 대사가 두마디가 되고, 상대방의 대사도 적절히 조언해 준다. 그렇게 하나의 장면이 완성된다. 무대의 설정을 도로위에서 버스안, 식당 등으로 바꿔가면서 만들어 가는 즉흥극은 대사는 혼란스럽기도 했지만,연습을 거듭하연서 자연스러워졌고 그렇게 무대가 채워졌다. 연기연습을 마치고 나서는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2. 의자에 앉은 사람을 설득해서 자리를 내어주게 만드는 게임
이 게임은 처음에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써야 되는 것인줄 알았다. 그런데 설득이 되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관객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설득해 나가는지를 배우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3. 자신의 전신을 그림과 글로 채워보며, 자기 알아가기
하얀 전지 두 개를 붙여서 그 위에 누우니 내 몸 전체가 들어온다. 상대방이 전신의 실루엣을 그려주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군가에 의해 그려지다니 온몸이 간질간질하다.
실루엣이 완성되면 그 안에 머리부터 손과 발, 심장과 배에 생각과 소망이나, 현재의 나의 모습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해 보는 시간이다.
먼저 머리에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 생각들을 그려보았다. 난 요즘 온통 책에 대한 생각뿐이다. 쓰는 것과 읽는 것에서 나아가 책을 만드는 일까지. 그래서 머리 부분에 책을 잔뜩 그려넣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요즘 가까이하는 물건을, 왼손에는 미래에 쟁취하고 싶은 것을 그려 넣었다. 언제나 내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은 커피와 펜, 키보드이다. 미래에 내 손에 들려 있었으면 하는 것은 마이크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모아져 함께 나누고 소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