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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Nov 27. 2022

초심자의 행운 2

동남아시아 - 베트남, 하노이 02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하롱 베이'를 갈 것인가에 대해 2주 넘게 고민을 했다. 생각보다 그저 그렇다는 베트남에서 살던 친구의 말과 사진은 다 보정된 것이라는 후기들, 하지만 후회하더라도 내가 직접 겪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엇갈렸다. 여유롭게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에 일정을 타이트하게 짜지 않았어서 이틀 정도가 비길래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열심히 검색을 해 본 결과, 현지 여행사에서 흥정을 해서 가면 훨씬 싸게 갈 수 있다고 해서 오전에 날을 잡고 호안 끼엠 주변의 여행사들을 6-7군데를 돌아다녔다. 

 제일 처음 들어간 곳은 Ms Cloud Travel Agency 미스 클라우드 여행사였다. 다른 번쩍번쩍한 곳보다 작아 보여서 사실 의심을 하면서 들어갔었다. 다른 곳을 둘러보고 온다고 하자 카카오톡 ID를 알려주시길래 한국인이 많이 오는 곳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나왔다. 그 이후에 둘러본 곳들은 모두 다 100만 동, 110만 동 등 100만 동 미만인 곳이 없었다. 미스 클라우드 여행사는 90만 동이라고 했기 때문에 다시 처음에 들렸던 그곳으로 돌아가서 예약을 진행하였다. 카드는 안 되고 현금만 된다고 해서 미리 예약을 하고 호텔에 가서 현금을 가지고 다시 돌아가서 결제를 진행하였다.

 다음 날 아침 오전 8시가 넘어서 여행사에서 오토바이로 픽업을 하러 왔다. 내가 지낸 호텔은 여행사와 가까운 고였고 골목에 위치해 있는 곳이라 버스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했다. 여행사 앞에서 기다리는 데 생각보다 큰 관광버스가 와서 놀랐다. 안에 들어가서 보니 30명 정도가 꽉 차 있었다. 내향형 인간에게 있어서 정말 큰 난관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라니... 어찌어찌 버스에 자리를 잡고 꾸벅꾸벅 졸면서 가다 보니 하롱베이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티켓을 나눠주고 선착장에서 정해진 배를 타면 된다. 우리가 탄 배의 이름은 Dragon King Travel여행사의 HONG HAI 02였다. 내부는 꽤 넓고 여러 명이 다 같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있다.

내가 탔던 드래곤 킹 트래블의 홍 하이02 크루즈


 크루즈에서 앉는 기준은 그냥 되는 대로 앉으면 된다. 점심과 간식을 다 같이 먹는 테이블이기 때문에 채식으로 먹는 사람들만 따로 앉고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 일행들과 짝지어 앉았다. 나는 채식 테이블을 선택해서 인도인 가족과 인도인 커플들과 함께 앉아서 갔다. 밥은 감자 샐러드가 들어간 것 같은 튀긴 스프링롤, 계란말이(이게 진짜 맛있었다), 두부, 쌀밥, 볶음면 등이 나왔다. 만족스럽고 배부르게 먹었다. 파인애플 같은 과일도 조금 나왔다. 배에서는 물을 따로 돈 주고 사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각자 가져온 물은 절대 마시지 말라고 했지만, 다들 직원들이 안 볼 때는 그냥 자기 물을 마시는 분위기였다. 하롱 베이를 관광하는 내내 인도인 가족들과 커플이 정말 잘 챙겨주고 배려해줘서 감동이었다. 인도인 가족들은 2살 반짜리 라드라는 아이와 함께 왔는 데 정말 귀엽고 장난꾸러기여서 같이 배를 타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첫 여행지인 하노이에서 나연 씨처럼 좋은 사람을 만난 거에 이어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하루 종일 보내게 되다니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을 하거나 관광지를 갈 때마다 항상 가이드 운이 좋은 편이다. 이번에도 정말 설명을 잘해주고 재미있고 사람들을 잘 챙겨주는 가이드가 걸렸다! 농담도 많이 하고 영어도 잘하고 다른 가이드들보다 설명도 더 잘해주는 느낌이었다. 송솟석 회석 동굴은 오르락내리락 계단이 많고 조금 습했지만 내부가 시원해서 다닐 만했다. 가이드가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특이한 모양의 종유석도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혼자 온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가이드 옆에 딱 붙어서 꼼꼼하게 설명을 들었다.

 항루언에서는 보트를 타거나 카약을 탈 수 있었는데 우연찮게 한국인 분들과 다 같이 보트를 탔다. 밤부 보트라고 하는 데 사실 대나무 보트보다는 그냥 플라스틱 보트 같았다. 타고 동굴 아래를 지나가기도 하고 원숭이를 구경하기도 하는데 노를 저어 주시는 분이 재미를 위해서 배를 흔드는 순간이 있었다. 한국인 중 한 분이 물을 워낙 무서워하신다고 하시면서 큰 소리로 노를 젓는 분에게 한국어로 욕을 하셔서 정말 민망했다. 그분 덕분에 우리 보트는 멀리 가지 않고 다른 그룹들보다 더 일찍 끝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저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항 루언 다음은 4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티톱섬이었다. 여기서는 인도인 남편과 결혼을 하신 한국인 분을 만났다.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같이 올라가자고 해서 함께 헉헉거리면서 꼭대기에 도착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꼭대기에는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사진을 찍는 데에도 줄을 서고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갈 때에도 비좁아서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올라갈 만한 가치가 있었다. 위에서 보는 바다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코로나 전에는 얼마나 사람이 더 많았을지. 시기를 잘 맞춰서 여행을 왔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셔서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시고, 가봤던 나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셔서 재밌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 여행에 같이 동참하고 싶다고 하셨다. 정말 좋은 분이셨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에는 3층이나 2층에 올라가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선셋 파티가 진행된다고 하였는데 파티라기보다는 테이블에 과일과 술, 차를 주고 마신 뒤 팁 봉투를 테이블마다 준다. 팁은 주고 싶으면 주는 시스템이라 나는 굳이 주지는 않았다. 일몰 때 올라가서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동안 과일을 먹은 뒤,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3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아서 썬베드에 누워있었다. 노래를 크게 틀어주고, 사람들은 다 같이 눕거나 서서 일몰을 즐기면서 쉴 수 있었다.

 선착장에 다시 도착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각자의 호텔에 데려다주면 하롱 베이 투어가 끝이 난다. 버스에서는 계속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 피곤한 만큼 알찬 하루였다. 내가 온전히 계획을 짜지 않고, 남에게 시간과 여행지를 맡긴 채 다니는 하루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호텔 방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날 호찌민으로 향하기 위해서 일찍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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