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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Dec 06. 2022

 메콩 강에서 반나절 보내기

동남아시아 - 베트남, 호치민

 솔직히 호치민은 크게 할 관광거리가 있지 도, 먹을 것이 하노이보다 많지도 않았다. 크게 남는 기억은 메콩 강 델타 투어와 주석궁 밖에 없다. 주석궁에 간 날은 비가 와서 기억에 남고, 메콩강 투어는 상상만 하던 투어가 그대로 현실이 되어서 인상 깊었다.


 역시 이번에도 가이드 운이 좋았고, 참여하는 인원이 하롱베이 투어 때보다 적어서 마음에 들었다. 메콩강 투어를 에어비앤비로 예약을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현지 여행사에서 구해서 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고 에어비앤비는 오히려 더 비싸다. 베트남에서는 영어 가이드로 진행되는 투어에 참여하고 싶다면, 에어비앤비나 클룩, 마이 리얼 트립 등 이런 것들보다는 현지 여행사와 흥정을 해서 조인 투어에 참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메콩강 델타 투어가 아쉽지만 환불이 불가능한 상품이라서 취소하지 못하고 거의 6만 원을 지불하고 참여했다. 하롱 베이 투어처럼 잘 알아봤다면 돈을 낭비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 아쉽다.

 메콩 강 투어를 신청한 당일, 리무진 버스가 호텔로 아침 7시쯤 픽업을 하러 왔다. 인도인 2명과 호주 부부, 영국인 부부까지 총 7명이 함께 출발했다. 첫 번째로 구경을 간 곳은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벽돌을 만드는 아궁이 같은 곳이었다. 실제로 사람이 위에서 벽돌을 하나씩 떨어트리면 아래에 있는 사람이 받아서 리어카에 실는 벽돌 공장이었다.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벽돌이었는데 실제로 베트남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이 벽돌을 사용한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잠깐 관광을 한 뒤에 배를 타라고 해서 순서대로 배를 타자 코코넛 음료를 하나씩 줬다. 모터가 달린 조금 큰 보트였고 위에 지붕도 있고 의자도 편안했다. 물론 개미들이 조금 왔다 갔다 하기는 했지만. 그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코코넛 캔디를 만드는 마을이었다. 코코넛 분말을 만드는 과정도 보여주고, 코코넛을 이용해서 캔디와 캐러멜을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었다. 코코넛 캔디도 하나씩 먹어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뱀 술도 있고 마셔볼 수도 있었는데 나는 마셔보지 않았다. 귀여운 기념품들이 많았고 같이 간 사람들은 베트남 전통 모자나 캔디를 샀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짐을 더 늘릴 수 없어서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물이 탁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냥 흙이 섞인 메콩강


 기념품을 구경하고 나면 바로 옆에서 베트남 전통 음악을 공연해주고 과일을 먹는다. 공연을 보고 나서 무조건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이드 말로는 관례 상 팁을 줘야 한다고 해서 다 같이 돈을 모아서 전달해주고 나왔다. 

 다시 큰 배를 타고 나무가 많은 장소로 점점 깊이 들어갔다. 도착한 곳은 베틀을 짜는 마을이었다. 마을에서 베틀로 짠 물건들을 살 사람들은 사고, 만드는 걸 구경한 뒤, 자전거를 타고 15-20분 정도 들어가서 보트를 탄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다고 하자 좌석이 뒷좌석에 마련된 트럭을 타고 마을 깊숙이로 데려다주셨다. 나와 호주에서 온 한 분은 트럭을 타고 먼저 도착해서 남은 인원들을 기다렸다. 트럭에서 내리자 대나무 숲 같은 곳이 나오고 그 안에는 소수의 인원이 탈 수 있는 작은 보트가 있었다. 남편과 함께 왔다는 올리비아는 정말 친절했다. 아들이 나와 동갑이고, 남편과 은퇴를 한 뒤,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 다니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 베트남에도 여러 번 와봤다고 한다. 일행들이 도착해서 더 안 쪽으로 들어가자 노를 저어 주시는 여성 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명씩 짝을 지어서 보트에 타면 메콩강을 지나서 맹그로브 숲을 지나서 쭉 강물을 타고 간다. 그 보트를 타자마자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장면이 눈앞에 나타났다. 배의 노를 젓는다기보다는 강이 얕아서 노를 바닥에 짚어서 미는 형식으로 배가 앞으로 나아갔다. 배에서 내릴 때는 의무는 아니라고 하지만, 팁을 드리는 게 관례라고 하여서 모두가 내리면서 팁을 드렸다.


내 앞에 있는 건 채식주의자용 점심!

 메콩강의 하이라이트인 보트를 타고 도착한 곳은 점심을 먹는 곳이었다. 나는 채식 식단을 골랐는데 나 혼자만 골라서 다 같이 한 테이블에서 먹고 내 앞에만 채식 반찬을 가져다주셨다. 사실 채식 식단이 오히려 더 맛있는 메뉴가 더 많았다. 볶음면도 나오고 땅콩 볶음에 야채 스튜, 튀김 같은 반찬도 있었다. 큰 생선도 하나 나와서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기도 했다. 나는 아직까지 완전한 채식은 아니고 해산물까지만 섭취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서 생선 쌈도 하나 먹었다. 라이스페이퍼 덕분에 굉장히 독특한 식감을 주는 음식이었다. 다 먹고 나서는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트남에서 산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인도인과 휴가를 맞아서 여행을 온 사람들까지. 정말 독특한 조합이었고, 여행을 하려고 퇴사했다고 하자 다들 행운을 빌어주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빠져나와서 해먹에 누워 눈을 감고 쉬었다. 이야기가 다 끝나자 이번에는 처음에 탔던 큰 보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보트를 타고 다시 맨 처음에 버스를 탔던 곳으로 돌아갔다.

 리무진 버스를 타기 전에 가이드가 캄보디아 전통 음식이라며 코코넛을 튀기거나 말린 주전부리들을 사 와서 같이 나눠먹으며 호텔로 돌아갔다. 내가 내릴 때가 되자, 올리비아가 앞으로 있을 너의 긴 여행에 행운이 있길 바란다며 정말 용감하다는 말씀을 해주시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좋은 어른들과 함께 해서 따뜻한 추억으로 남은 메콩 강 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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