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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란드 Sep 18. 2020

영화 '소공녀(2017)' - 생각과 취향이 있는 사람

집이 있는 사람보단 생각과 취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영화 '소공녀(2017)'에서 주인공 미소는 '넌 집도 없으니 나랑 결혼이나 하자'는 과거 밴드 보컬이었던 남자인 친구에게 "내가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고 말한다.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생각이자 선언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인공 미소는 계속해서 오르는 담뱃값과 위스키 값에도 불구하고 가사도우미 월급은 오르지 않자,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집을 포기한다. 집이 없어진 그는 과거 대학 밴드 동아리 '크루즈'의 멤버들의 집을 전전하며 얹혀 산다. 그랬던 그가 방문했던 한 남자인 친구의 집에서 그 남자는 미소를 자신과 한 방에서 자게 하고, 바닥에 누워서 불편한 상태로 잠을 청하는 미소에게 너무나도 능청스럽게 '너 어차피 갈 곳도 없으니 나랑 결혼이나 하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미소는 그에게 "폭력적이야"라고 말한다. 맞다. 이 남자의 발언은 정말 폭력적이다. 미소처럼 자신을 보호해주는 집 혹은 안정적인 돈벌이 수단이 없는 여성을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너무나도 투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미소는 집(돈이 그리고 직업이) 없는 거지 생각이나 취향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사회는 그리고 이 남자와 그의 부모는 미소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그러한 안정적인 조건들이 보장되지 않는 위태로운 처지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간단한 해결책으로 남자와의 결혼을 통한 가정 꾸리기를 원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행동한다. 그러한 행동의 기저에 깔려 있는 생각과 편견이 참 무섭고, 불손하다. 



동시에 영화는 결국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난 어릴 때부터 정말 큰 명예를 누리고 있거나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람보다는 항상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 혹은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 여러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했다. 지금도 같다.


아주 큰 집이 있거나 아주 대단한 위치에 있는 사람보다는, 나만의 생각이 있는 사람들을 닮고 싶었다. 


미소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그가 집이 없던, 직업이 없던,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게 한 잔의 위스키라는 점을 명확하게 아는 그가 멋지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 자신의 생각과 취향이 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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