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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Jun 30. 2022

 키웨스트 여행

 ‘노인과 바다’ 그곳으로 가다.

1번 도로의 마지막 기점, 헤밍웨이의 집이 있는 곳, 끝없이 이어지는 다리로 이어진 섬들…. 쿠바의 열정이 스며 있는 섬…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수식어로 꾸며진 플로리다의 남쪽 끝 섬….


그곳을 향해 우리는 여정을 준비했다. 멀리 애리조나에서 처형의 오랜 친구분의 오시고, 그리고 처형, 우리 부부 네 사람으로 팀을 만들어 떠나기로 했다.


지도상의 거리를 확인하고, 그리고 함께할 여행 동반자에게 추억의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볼거리를 찾아보고.. 아무튼 분주히 계획을 짜 본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비롯된 나의 습관은  맨 먼저 지도 앱을 펼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지도상의 경로를 펼치고 소요되는 시간과 경로를 살펴본다. 총경로에 따른 소요 시간을 분할하여 경로 중에 가보고 싶은 곳을 눈여겨 새겨 두고, 하루 운전 경로를 생각하여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중간 경로를 점찍는다.


나의 방식으로 그렇게 짠 스케줄은 첫날, 템파 그리고 둘째 날 Everglades National Park의 어느 귀퉁이에 있는 RV Park, 그리고 셋째 날 넷째 날은 우리의 키 웨스트 여행의 거점 럭셔리 RV Park,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머무를 첫 번째 정박지 Key Largo, 그리고 귀환…


이렇게 스케줄을 잡고, 지정된 장소에 RV Park과 숙박을 예약한다. 그리고 습관처럼 지도 앱과 RV Park 앱, 그리고 웹 서핑으로 머릿속에서 여행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다.


가보지 않은 곳, 그러나 가보고 싶었던 곳을 머릿속에 그리며 전체적인 여행의 윤곽을 그리다 보면, 그것이 여행이 되고, 그리고 여행의 현장에서도 내가 상상했던 여행의 그림이 이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 내가 놓친 부분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끔 후회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 여름은 무더웠다. 제목도 생각나지 않은 어느 소설 속의 문구처럼.. 아무튼 플로리다의 날씨는 무덥고 축축하다.


그 축축함 만큼, 탬파의 하드 앤 락 카지노의 열기도 축축하다. 빽빽하게 널려 있는 게임 모니터에 눈이 빠져라 골몰하는 수많은 사람들… 자본주의 돈잔치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다음날, 기상예보가 심상찮다. 기상 레이더상에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가 붉게 물들어 있다. 그래도 일단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탬파를 어느 정도 벗어나자 비가 쏟아진다. 그래도 다행히 바람은 심하지 않다. 그렇게 폭풍 경보의 험난한 날씨를 통과하여 도착한 Trail Lake Campground, 폭풍 속에서 도착해서 그런지 예약하기 전 사진으로 보고 상상한 것과 달리 약간은 음침한 느낌, 그리고 주변의 캠핑객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장대비는 더더욱 억수 같이 쏟아진다.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우리가 즐겨야 할 캠핑은 즐겨야겠다. 차를 정박하고 어닝을 펴서 비를 피하고서 캠핑 준비를 서두른다. 분위기는 좀 서글프기도 하고, 최악의 상황이긴 하지만 밀림과 같은 캠핑장의 분위기, 그리고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끝없이 덤벼드는 밀림 모기들… 나름 진실로 캠핑 같은 캠핑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휴대용 화덕을 조립하여 불을 피우고 주변의 잡초 잎을 잘라서 모깃불을 피우다 보니 밀림 모기들도 다소 사그라든다. 그리고 그 불에 삼겹살 구이를 시작했다. 은은한 숯불, 그리고 플로리다 밀림의 이름 모를 잡초가 타들어 가는 냄새가 배어 있는 삼겹살 맛은 지금까지 먹어 본 삼겹살 구이 중에 몇 번째 손가락에 들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평가하기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최선의 즐거움으로 하루를 즐겼다. 밀림 속의 하루, 힘든 여건 속에서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우리의 메인 stay place인 Keywest RV park으로 여정을 서두른다.


그렇게 밀림 속을 벗어나 섬으로 들어서는 시작점에 다다르고 1번 도로 Over Sea High way를 들어서면서 드디어 키웨스트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다리, 말로만 들어온 세븐 마일 블리지, 상상으로만 생각해 온 키웨스트의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도로 주변에서 멋진 풍경의 조미료가 되어 주는 이름 모를 붉은 꽃, 이 멋진 꽃들의 잔해가 주변도로의 빛깔을 더 아름답게 꾸며준다. 함께 동행한 처형의 입에서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노랫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나의 사랑 클레멘테인’의 노래와 꼭 어울리는 풍경들이 이어진다.


멋진 풍경들을 가득히 담고 드디어 도착한 우리의 키웨스트 여행의 본부 ‘슈가로프 키/ 키웨스트 키 KOA’.. 상상 이상으로 정갈하고 럭셔리한 RV Park이다. 모두가 엄지 척을 표시한다.


우리는 키웨스트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우버를 호출했다. 이름난 해물 요릿집을 찜하고 그곳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우버 드라이버가 영어를 못한다. 미국 땅에서… 갑자기 느껴지는 생소함.. 여기가 미국? 아님 쿠바의 어느 지방 도시? 의사가 소통되지 않더라도 서로의 휴대폰에 찍고 찍힌 목적지는 제대로 온 것은 IT 기술 덕이겠지…


미국 땅에서 남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곳, 요트 독 같은 오픈된 레스토랑에서 이국적인 해물요리를 즐겨본다. 그래, 이왕 온 김에 키 웨스트의 정취에 마음껏 취해야겠지.. 내일 키웨스트를 한 바퀴 돌고 돌아가는 일정이기에 다시 RV Park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다음날 아침, 여행지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 순간들이기에, 집사람과 나는 산책을 나선다. 산책길에서 때마침 어린 사슴을 만나 한참을 사진도 찍고, 굿모닝 인사를 나눈다. 늘 사람들과 자주 접해서 그런지 전혀 경계심이 없다. 나 스스로도 편안하다는 느낌, 평화롭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은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움 때문일까?


키웨스트의 첫 투어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신 처형 친구분의 일요일 아침 미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 The Basilica of St. Mary Star of the Sea ‘ 대성당, 간결하지만 경건한 분위기가 풍기는 성당이다. 잔잔하게 성가가 울리고 미사가 시작된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나름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빠져든다.


시내 구경을 하기에는 우리의 RV가 너무 불편한 탓에 미사를 마치고 PUBLIX 슈퍼마켓 주차장에 RV를 주차해두고 가까운 골프카트 렌트업체에 가서 골프카트를 렌트하여 시내를 돌기로 했다. 골프카트 렌트업체에서 얻은 시내 관광지도를 펼쳐 경로를 짜 본다. 맨 먼저  Southernmost Point로 가본다.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있다. 이곳에서 쿠바까지는 90마일이라고 적혀 있다. 144킬로미터 거리,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우리 차례가 다가와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코스인 헤밍웨이의 집으로 향한다. 렌트한 골프카트가 전기 골프카트가 아닌 가솔린 골프카트인데, 작동하기가 꽤 까다롭다. 부드럽지도 않고 핸들도 꽤 뻑뻑하다. 운전하시는 처형께서 꽤 애를 먹는다. 주변의 사람들이 몰고 가는 골프카트들은 잘 달리는 것 같은데.. 우리가 빌린 카트는 고물인가? 렌트업체에서 분명 ‘브랜뉴’라고 이야기했는데… 어쨌든 그럭저럭 하루 온종일 끌고 다녀야만 할 것 같다.


‘노인과 바다’가 제일 먼저 떠오르게 하는 ‘헤밍웨이’ 그가 살던 집으로 향했다.  1931년부터 1939년까지 헤밍웨이와 그의 아내  폴린 파이퍼가 살았던  이 집은 그 유명한 ‘노인과 바다’란 작품을 쓰지 않았지만 다수의 작품을 쓴 곳이라 한다. 곳곳이 남아 있는 헤밍웨이의 흔적 중에서도 특히나 헤밍웨이와 함께했던 다지증 고양이들의 후손들이 여기저기서 나른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입장료에 비해 조금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헤밍웨이의 집’ 아닌가?


헤밍웨이의 집을 나와 맞은편에 있는 키 웨스트 Light House로 갔다. 골뱅이 속 같이 빙글빙글 돌아 오르는 계단을 밟고 꼭대기에 오르니 키 웨스트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우뚝 서서 멕시코만을 항해하는 모든 배들의 길잡이로서 역할을 해온 건물이, 지금은 관광 명소로 또 그 역할을 한다. 지금도 멕시코만을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지는 나는 모른다. 나오는 길에 ‘I climbed Key West Lighthouse…Built 1847’이라고 표기된 스티커를 준다. 키 웨스트를 다녀온 표식으로 잘 간직해야 할 것 같다.


다시 거리로 나선다. 어느 레스토랑에 들러 점심을 먹고 나오니 거리가 분주하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때마침 퍼레이드가 진행 중이다. 다양한 차종, 다양한 분장을 한 사람들로 구성된 퍼레이드 팀들이 화려하다. 열심히 퍼레이드를 촬영했다. 나중에 확인한 일이지만 키 웨스트에서 고프로로 촬영한 영상들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아마 카메라 조작 미숙으로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고 바보처럼 촬영한 것 같다. 이것도 하나의 여행 추억인가?


뙤약볕에 거리를 돌아다녔더니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간절하다. 주변에 좀 시원할 것 같은 레스토랑을 찾아 맥주 한잔을 주문하고 목을 축인다. 마침 한산한 시간이라 맥주 한잔에 간단한 안주를 시켜도 별로 미안하지 않다. 실내가 아닌 오픈된 레스토랑이라 테이블 밑으로 닭들이 분주히 돌아다닌다. 그렇다, 이곳 키 웨스트는 길거리 곳곳에 닭들이 활보한다. 개인이 기르는 닭은 아닐 것 같고.. 키 웨스트의 마스코트로 그냥 두는 것 일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키 웨스트 집시 치킨’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닭들은 쿠바와 카리브 제도에서 유래한 정글 가금류의 후손이며, 키 웨스트 야생 동물 보호센터를 통해 식용이 아닌 관상용으로 분양받을 수가 있다고 한다.


키 웨스트 관광엔 역시 일몰을 놓칠 수 없다. 일몰을 보기 위해 Mallory Square 쪽 광장으로 향했다. 드문 드문 거리의 화가, 거리의 뮤지션, 기념풍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바다 쪽엔 수많은 요트들이 한가히 떠 있다. 세상의 모든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을 몽땅 이곳에 가져다 놓은 것 같다. 일몰의 시간이 가까워 지자 서서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거리의 마술사, 악사들의 공연이 시작된다.


머리 위에 머물던 태양이 어느새 수평선 가까이에 다다랐다. 광장 앞에 떠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섬과 별처럼 점점이 박혀 있는 요트, 서서히 붉은 기운이 감도는 수평선과 하늘의 경계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기운을 다 쏟아 쇠를 만드는 용광로처럼 검붉은 해, 모든 것이 완벽한 풍경을 이루어 낸다. 한 순간이라도 놓칠세라 순간순간을 열심히 영상에 담았다. 아! 진실로 키 웨스트를 다 보았다고 해도 허튼소리가 아니겠다 싶다. 무한한 감동을 안고 다시 숙박지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이 ‘키 웨스트를 왜 키웨스트라 부를까’ 하고 질문과 동시에 스스로의 해석을 풀어낸다. 열쇠 모양으로 서쪽으로 뻗어 있어 ‘키 웨스트’라고 부른다고 그럴싸한 해석을 내린다. 맞을 것 같기도 한데 어째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얼른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불행하게도 틀렸다. [키웨스트라는 지명은 섬에서 인골(人骨, 사람의 뼈)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스페인어의 "카요우에소(Cayo Hueso; 인골의 섬)"에서 유래되었다. 이것이 영어화 되는 과정에서 "카요(Cayo)"가 "키(Key)"로, "우에소(Hueso)"가 "웨스트(West)"로 변화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나온다. 덕분에 또 하나의 상식을 얻는다. 내일 키 웨스트를 떠나기에 우리는 양념 갈비 숯불 구이로 저녁 만찬을 즐기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음날 우리는 키스 제도를 떠나기 전의 마지막 숙박지인 Key Largo로 향했다. 숙박지에 도착하기 전 미리 찾아 둔 숙박지 가까운 곳의 fishman market을 들러 싱싱한 해물들을 장 봐서 오늘 저녁도 멋진 만찬을 즐길 계획이다. 피쉬맨 마켓은 크고 분주하다. 그리고 싱싱한 해물들이 즐비하다.  tillafia포를 횟거리로 사고, 그리고 구워 먹을 굴과 돔 종류인 레드 스냅 통마리를 구이용으로 샀다. 그리고 숙박지인 키 라르고 RV Park에 체크 인을 하고 본격적인 저녁 만찬 준비를 한다. 숯불을 피우고 그 위에 굴을 구워내고, 칼집 낸 레드 스냅을 맛나게 굽고, 횟감을 썰고, 어떤 호텔의 고급 요리도 부럽지 않은 훌륭한 만찬으로 플로리다 키스 제도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우리는 8시간 이상 운전하여 조지아로 바로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탬파에서 1박을 하고 가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내려오는 길에 경로 설정을 잘못하여 놓쳐버린 선샤인 스카이웨이 블리지를 올라가는 길에는 꼭 보기 위해 내비게이션 경로 설정에 신경을 곤두 세웠다. 드디어 선샤인 스카이웨이 블리지가 눈앞에 있다. 다리가 보이는 Rest Area에 차를 세우고 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차를 몰고 다리를 통과한다. 내려가는 길에 놓쳐 버린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충분한 풍경이다. 다시 탬파 하드 앤 락 카지노, 우리 부부는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두 분은 지난번에 못다 즐긴 아쉬움을 달래려 갔다. 그렇게 키 웨스트 여행이 마무리되고 있다. 내일 조지아로 돌아갈 일만 남아 있다.


사흘간의 사투 끝에 잡은 커다란 청새치, 상어의 공격, 앙상히 뼈만 남은 청새치, 늙은 어부의 독백, 그리고 고독….


키 웨스트에서 쓴 작품은 아니지만 멕시코 만을 가로지르는 동안 소설 속의 장면들을 상상하게 되는 것은 단지 그곳에 헤밍웨이의 집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여행지의 분위기와 나의 이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상호 작용한 탓은 아닐까?


돌아오는 길 내내 나의 머릿속에서 ‘노인과 바다’의 장면들을 상상하게 되는 것은 이번 여행도 꽤 괜찮은 여행이었다고 스스로 평하고 싶다. 멕시코만에서 커다란 청새치를 잡아 올리는 나를 상상하며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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