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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Dec 07. 2021

CDM 사업으로 모두에 깨끗한 물을

모두를 위한 임팩트 비즈니스

KOICA 2021 Innovation Day에서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의 Seed2 파트너 기업인 글로리엔텍의 성과 발표를 들었다. 매우 인상 깊었다. 이 회사가 지나온 지난 2년을 자료를 찾아보며 따라가 보게 된다. 

글로리엔텍의 박순호 대표님은 2019년에 처음으로 뵈었다.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가 서울과기대에서 개최한 적정기술 공학설계 워크숍에서 였다. 그날 박순호 대표님 강의가 1번, 내가 맡은 강의가 2번이었다. 당시 글로리엔텍은 설립 2-3년 차의 회사. 박순호 대표님은 환경공학 박사로 코웨이의 연구팀장으로 15년 가까이 일한 경력을 소개했다.

하루 1~2 천  가구가 사용하는 마을 단위 정수 장치를 개발해 캄보디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탄자니아 등에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공학 전공 참가자가 주였던 만큼 기술 용어가 많이 소개되는 강의였다. 

나는 '지어 놓고 관리하지 못하는 수많은 우물'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들었다. 보수 유지는 어떻게 하지? 필터나 부품은 소모품인데? 현지 주민을 교육해 시설유지관리를 한다면 인건비는 어디서 나오나? 중저소득 국가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일하는데 식수 공급 시설 설비 자체는 무상 원조나 민간의 기부로 한다고 해도 이후 사용자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과연 운영관리가 가능할까? 지역 정부나 국제기구와 계약하지 않는 한 운영비 확보가 난관이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오래된 과제들을 무성의하게 마음속에서 다시 꺼내 물었다.


그 강의에서 박순호 대표님은  분야 전문가로서의 기술력,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개발도상국을 틈틈이 다니며 현지 사정을 익혀온 경험과 꾸준함, 그리고 종교적 소명으로 본인의 일을 소개했다.

나는 '전문 분야가 확실한 선교사' 님이 만든 지역 기업이구나' 하고 이해했다. 이런 기업은 기술로는 반드시 해낸다. 기술이 확실하면 설비나 건축, 시공에서는 무상지원, 기부도 꾸준하게 받는다. 그런데 지속적인 운영은 늘 숙제다. 지역사회의 주민들에게 요금을 부과하지만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향하기 때문에 수익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운영비 확보도 풀기가 참 어려웠다. 그간 봐 온 많은 사례를 두고 어려움을 생각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그제, KOICA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글로리엔텍이 만든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 식수 공급 시설의 지속적인 운영관리를 위해 CDM 사업에 도전 

방글라데시에 집중(깨끗한 식구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구수가 많고 문제의 심각성이 큼/ 인구 밀집해 있어 식수 공급 시설 1곳 당, 사용자 수 확보 용이)

식수 공급 시설의 필터 교체, 전기 공급, 유지관리 인건비로 통상 시설당 연간 1천만 원 운영비 필요

우물이나 강가에서 물을 길어 나무 연료를 써 화덕에 물을 끓여 식수를 구하는 방식에서는 이산화탄소 다량 방출 -> 글로리엔텍의 식수 공급 시설로 대체할 때의 온실가스 감축분을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아 운영비를 확보하는 데에 도전 

식수 1톤 공급 때마다 탄소배출권 0.18톤 확보

한국거래소 기준 탄소배출권 거래액은 1톤 당 3만 4천 원, 거래량은 1일 14만 3천 톤 (2020년)

(* 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체제 -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기술과 자원을 투자해 시행한 사업에서 발생한 감축분을 선진국의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 개도국 입장에서는 투자 유치와 기술 획득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CDM 사업을 위해서는 국가승인기구의 허가를 거쳐, UNFCCC의 집행위원회에서 지정하는 국제공인 기관인 DOE 주도의 타당성 확인 절차와 검인증을 거쳐 배출권(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을 획득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사업권 확보

방글라데시 CDM(청정개발체제) 국가승인기관(환경부) 심사를 거쳐 식수 분야 탄소배출권 사업 승인 획득 (2018년 첫 미팅 이후 승인까지 1년 걸림)

UNFCC에 등록, 심사를 거쳐 식수 분야 탄소배출권 사업 등록 완료. 향후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28년 동안 사업할 수 있는 자격 획득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이나 투사자가 이 회사가 진행하는 10년 단위 프로젝트(CPA)에 제한 없이 추가로 투자하여 탄소배출권 확보할 수 있게 됨.


탄소배출권 사업권 확보 이후 성과

 식수 공급 시설 10개 신설 (1일 200톤)

 1일 이용 인원 58,579명

식수 공급량에 근거로 탄소배출권 3000톤 확보(거래소 시세 기준 약 1억 2백만 원)

이를 통해 운영비 확보하고 현지화 운영 관리 플랫폼 구축 (식수 시설을 설치한 지역의 주민 고용하고 기술 교육을 통해 시설을 모니터링. 관리하는 역할 맡김. 지역 일 자리 창출(시설당 1명))

이 같은 방식으로 작년 한 해 동안 10개 시설의 가동률 100% 달성

UNFCCC 탄소배출권 확보로 한국의 정유사와 발전사에서 ESG 투자 유치 및 프로젝트 수주 (20억 규모)

2021년 하반기 현재 5개 시설 신축 중



전체가 팀으로 매달렸겠지만, 이 과정을 끌어온 사업 담당자가 단 2명이다. 설비 시공/유지관리/모니터링 분야의 기술 분야 직원은 여섯 명,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는 지사 직원 2명, 그리고 마을마다 고용한 식수 시설 관리자 10명이 일한다.  


제도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손들고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작정'을 해야 한다. 과제를 파고 들어서 지난한 과정을 뚫어 내야 한다.


10명 남짓의 회사, 특히 사업담당자 2명이 UNFCCC 식수 분야 탄소배출권 사업을 통해 가장 빈곤한 지역사회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겠다는 사업 운영 모델을 세우고, 방글라데시 정부의 CDM 승인, UNFCCC 등록, EGS 투자 유치와 프로젝트 수주를 기어이 해냈다. 

(*기술개발과 사업을 통틀어 열명 남짓한 회사가 만든 행보로서는 드문 케이스다. 개발도상국 최빈곤층 대상으로 CDM 사업은 해외 컨설팅 기업을 중간에 끼고 대기업이 한다. 작년에는 동서발전이 UNFCCC CDM 사업을 하는 현지 기반 기업을 끼고 가나에 쿡스토브 50만 대, 우간다에 정수가 3만 대를 보급하기도 했다.)

그 노력으로 가장 가난한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일자리를 얻고 안정적으로 깨끗한 물을 마신다.


이 팀의 도전이 '빈곤 프리미엄'이 붙어 값은 턱없이 비싸면서 품질은 낮은 생수를 사 마시거나, 실내에서 나무 연로로 물을 끓이느라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살았던 빈곤한 지역사회의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를 돌려줬다. 가난한 이들에게 빈곤 프리미엄까지 붙여 사용료를 받는 식이 아니다.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이들이 비용을 낸다.


(*빈곤 프리미엄 - 생산부터 유통이 어려운 데다 수요가 흩어져 있고 정부의 소비자 권익 보호 기능이 약하므로 식량, 식수, 의약품 등을 구매할 때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이 제품과 서비스에 지불하는 단위당 가격이 더 비싸다.)


CDM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한 방글라데시 총리실 주재 승인 위원회가 열리는 데만도 1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다음 주에" "다시 다음 주에" 하는 식으로 미루 졌다고... 이 사업팀이 넘어온 산 머너 산에, 가난한 커뮤니키에 닿기 위한 길을 낸 집중력과 뚝심에 감탄한다. 해보고 안 되면 다시 하고, 될 때까지 하는 실행력, 집중력, 집념. 그리고 무엇보다 기회를 보고 모델을 세워 구현하는 실력. 기술과 사업 모두에서. 배울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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