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86일째, 민성이 D+735
어제(28일) 민성이 생일 파티를 했다. 그의 생애 두 번째 '생파'다. 아이 생일은 사흘 전이었지만(민성아 생일 축하해!) 아내가 쉬고 부모님과 동생도 모일 수 있는 주말에 생일을 제대로 축하해주기로 했다.
잔칫날엔 용모가 말끔한 게 좋을 거 같아, 오전엔 민성이를 데리고 미용실에 갔다. 웬일로 얌전히 협조를 하나 싶었지만, 역시 막판엔 울음바다였다. 그래도 남자는 머리가 7할, 피부가 3할이라더니, 민성이도 그랬다.
오후엔 붕붕카에 인형들까지 바리바리 챙겨 부모님 집에 갔다. 아이 생일파티에 이왕이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모이는 게 좋을 거 같아 서울에 있는 동생, 민성이 삼촌까지 초빙했다.
민성이와 아내, 동생은 집에 두고 난 부모님과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생파 때 뭘 먹고 싶냐고 물어봤지만 민성이가 (당연히) 아무 말도 못 하길래, 그냥 어른들이 좋아하는 대게를 사서 쪄먹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민성이 케이크도 샀다. 점원이 초가 몇 개 필요하냐고 물어 세 개라고 답하고는 혼자 피식 웃었다. 서른 살이어서 세 개가 아니라 진짜 세 살이라 초가 세 개다.
상을 펴고 케이크를 올리니 아이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케이크에 당장이라도 얼굴을 파묻을 기세여서 부랴부랴 초를 꽂고 불을 붙였다.
민성이를 둘러싸고 어른 다섯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이는 케이크를 쳐다보느라 노래엔 별 감흥이 없어 보였는데, 정작 내가 찡했다. 아, 민성이는 이렇게 많은 사람한테 사랑을 받고 있구나.
더 화려한 생파에서 더 많은 사람한테 축하를 받는 아이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아이가 앞으로도 그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생일을 보냈으면 좋겠다. 단 몇 명이라도. ###